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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병길 / 우리가 페로니즘에서 얻어야 할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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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09-04 10:21 조회1,307회 댓글0건

본문

 

 

[기고] 우리가 페로니즘에서 얻어야 할 교훈

에바 페론과 후안 페론. 출처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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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니즘(Peronism)이라는 정치운동은 인간은 평등하며, 약자를 돕고 어려운 이웃을 구제하는 동정심 이야말로 최우선 가치라고 주장한 아르헨티나 페론 대통령과 영부인 에바 페론의 생각과 실천을 통해서 발전해 왔다. 대다수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페로니즘은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종교’와 같은 것으로서 뼛속 깊게 스며들어 있다.

페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집권기간에 아르헨티나 역사상 소득 배분이 가장 잘 이루어졌으며, 서구 열강들과 경쟁할 수 있는 산업 투자, 공업화, 원자력 사업의 시작 등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반면 페로니즘 비판자들은 아르헨티나와 같이 곡물, 쇠고기 같은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는 국제가격 변동성을 감안하여 경제가 어렵게 되는 시기에 대비해야 하는데, 페론이 노동자로부터 인기를 얻기 위해 ‘퍼주기’ 정책을 편 결과, 경제를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하였다고 비판한다.

 

두 주장 중 어느 쪽이 옳은 지 논쟁하는 것은 소모적이라고 생각되며, 우리로서는 페로니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세가지 교훈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페로니즘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려 들지 말고,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처한 상황이 상이하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방대한 자원, 넓은 국토, 비교적 적은 인구를 보유한 대국으로서의 우월감과 여유 속에서 1세기 가까운 페로니즘을 버텨냈다. 아르헨티나는 국경이 봉쇄되어도 어느 정도 자급자족과 생존이 가능한 국가이다. 반면 한국은 좁은 국토에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수출 주도형국가로서 국제수지 방어가 안 되면, 단시간 내 국가 부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3만달러 소득의 선진국에 진입하게 되었다는 자신감에 들떠 단기적이고 대중 영합적인 정책을 계속 펼 경우, 그 끝에는 국가 파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페로니즘에 빠진 아르헨티나가 비전 있는 지도자를 민심이라는 이름으로 몰아냈던 점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축복받은 땅’임에도 선순환적인 영미의 발전 방식을 따라가지 않고 배척주의적 정치인들이 할거하며 비전 있고 유능한 정치인들이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방해한 결과, 아직까지도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셋째, 아르헨티나 국민들 대다수는 언론 자유와 사법부 독립을 가능하게 하는 민주주의, 국민의 국가에 대한 귀속감, 정부 정책의 효율적 시행 등 자신들의 강점들 때문에 숱한 정치ㆍ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국가로서의 기본 틀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페로니즘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페로니즘적 정책을 많이 펴고 있는 우리나라 현 정부로선 이 부분은 특히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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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길 세한대 초빙교수ㆍ전 주 아르헨티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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