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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뜻 무시하는 개발 안된다/신두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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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9:24 조회1,4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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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으로 미국 워싱턴 DC에서 일할 때 우리 집 앞에 꽃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주차하는 데 방해가 되기에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동사무소에 요구했더니 이웃 동네 할머니가 아침 산책할 때마다 바로 그 꽃나무를 보는 낙으로 산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적이 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쾌적한 환경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옮겨심지 않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너무 다르다. 지금 내가 사는 강원도 고성군 원암리에는 30~50년 된 금강소나무들이 멋진 자태를 뽐내는 야산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2만㎡ 규모의 이 야산에 대한 토사채취 허가가 났다고 한다. 내달부터 소나무들이 실려나가고 곧바로 토사채취 작업이 시작된다고 한다. 산간의 외딴 지역도 아니고 바로 \'마을 앞\' 보전지역이 개발대상지역이 된 것이다.

이제 무자비한 불도저 작업이 시작되면 마을 주민들은 먼지와 소음에 시달려야 하고, 아름다운 풍광도 잃게 된다.

문제는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환경이 바뀌는데도 인근 주민에게는 아무런 예고도 없었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관계 기관에 여러 차례 탄원을 했지만,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이는 지난 2006년 산지관리법이 개정되면서 행정효율화와 간소화, 원활한 모래 공급 등을 이유로 토사(모래·흙) 채취 허가를 채석(採石) 행위와 분리한 게 빌미가 됐다. 법을 개정하면서 토사 채취 시에는 300m 이내 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또 산지관리법 시행령은 채취지역이 10만㎡ 이하의 경우에는 조망분석과 경관 영향 시뮬레이션은 하지 않는다고 정해 놓았다. 산지관리법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령은 흙·모래·자갈·바위 등 토석을 채취하는 개발행위는 주변 환경 또는 경관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5만㎡개발의 경우는 주변 환경 파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에 대한 언급이 없다.

우리 마을처럼 작은 마을은 2만㎡ 정도만 땅을 파헤쳐도 마을 전체의 생활환경이 완전히 달라질 게 뻔하다. 정부가 녹색성장을 주창하면서도 개발의 논리를 앞세워 주민들의 의사는 수렴하지 않고 산림을 파괴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마을 규모와 주민 수에 비례해 토사 채취 규모를 정하고 사업자와 지역 주민들 간에 이해관계를 사전에 조정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신두병 전 외교통상부 대사

조선일보/2010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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