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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북정책의 모색 / 윤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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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9:27 조회1,3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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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대책과 개혁 압박을 동시에 추구할 수 없나
북 세습으로 정세 바뀐 지금이 새 대북정책 적기
북 군부를 개혁 수혜층으로 만들면 맞아떨어질 수도

"2대면 됐지, 3대 세습은 무슨…." 몇 년 전 북한을 방문했던 남측 인사에게 그를 수행한 북측 중견 관료가 사석에서 은밀히 털어놓았던 한마디다. 그럼에도 김정은에게는 대장 칭호가 부여되었고 지난 9월 30일의 북한노동당 대표자회는 그를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앉혔다. 그리고 그를 보필할 인사들이 핵심 직책에 임명되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권력승계를 서두르고 있지만 김정은 체제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고 험하다. 우선 먼저 권력기반의 안정화인데, 리영호·김경희·장성택 등이 김정은을 보좌하겠지만, 과연 이들이 권력서클 내의 균열을 방지하고 순탄하게 단합해나갈지 의문이다. 오랜 기간 수련과정을 거쳐 권력을 승계받은 김정일조차 권력기반을 확고히 다잡는 데 최소한 수년이 걸렸다고 한다.

권력 내부뿐 아니라 밑으로부터의 권력기반 강화도 문제다. 무엇보다 김일성·김정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연륜, 카리스마, 국정 경험은 주민들의 복종을 끌어내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북한 경제가 최악의 상태에 있어 더욱 그렇다. 북한 역사상 최초로 내각총리 김영일이 평양의 인민반 간부들에게 화폐개혁조치의 실수를 공식 사과했다지 않는가. 이것 자체가 당국의 국정 컨트롤 능력은 떨어지고, 권력층과 주민 간의 관계는 질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지도부는 앞으로 주민들을 더욱 강압적으로 다루고 내부적 모순을 덮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더욱 공격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주민들에게 "핵(核)을 먹고 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결국 북한 당국은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먹여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중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경제 운용방식을 점차 개혁개방의 방향으로 바꿔 나가도록 촉구해왔다. 이제까지 북한 당국은 이를 거부한 채 어떻게든 외부에서 현금을 확보하고 임기응변으로 때우기를 고집해왔다.

이제 새롭게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는 상황에서 서방측은 북한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미·일 등 서방측은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시에 거의 모든 대북 경제지원을 봉쇄하는 정책을 폈다. 즉 북이 핵 포기를 할 때까지 경제개혁을 추구토록 하는 정책을 희생시켜온 셈이었다. 문제는 핵개발 이후 20년이 지나도록 핵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제 북핵 정책과 북한 개혁 정책을 상호 배타적인 것으로 볼 필요가 있는 것인지, 핵 포기를 압박하는 정책과 개혁을 추구토록 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볼 수는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볼 때다. 만약 방법이 있다면 북한에 새 정부가 들어서기 시작하는 앞으로가 가장 적기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그러한 새로운 정책 실현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기존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제재와 고위층이 소모하는 사치품을 타깃으로 하는 제재는 계속 진행한다. 둘째, 북한 내부의 경제개혁 촉진과 관련된 지원은 실시한다. 물론 이러한 지원은 정치·군사적 목적이나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모니터한다는 전제에서 실시한다. 셋째, 북한이 국제경제 규범을 따른다는 전제하에 북한의 IMF 가입을 검토하고 서방의 자선재단들은 북한 학생이나 관리들에게 장학금을 주어 해외에서 시장경제를 배우도록 한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북미관계는 상당히 악화되었지만 어차피 북한의 권력승계로 한반도 정세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 정책 차원의 새로운 로드맵을 구상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최소한 북한의 새 지도부의 의지를 테스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개혁이 가능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최고의 권력기관인 군부가 개혁을 통해 이득을 보도록 유도했다는 점이다. 북한에서도 선군(先軍)정치를 외치고 있다. 북한 군부 엘리트들을 북한 경제개혁의 수혜층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만들 의지가 새 지도부에게 있다면, 이 같은 새 대북정책과 서로 맞아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북핵 포기를 위한 양약(洋藥) 처방이 안 들으면, 환자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한약 처방도 시도해야 할 것이다. 두 가지를 함께 시도하면 안 될 이유가 없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국제정치

조선일보 (20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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