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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리더십 공백 속에 맞는 한국 G20/윤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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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9:08 조회1,204회 댓글0건

본문

잘못하면 1930년대 대공황 후 국제 리더십 공백이 재연될 수도
한국 개최 G20 정상회의가 그 흐름을 바꿀 수 있다.

1929년 뉴욕 월(Wall)가의 주가 폭락이 1930년대 세계대공황으로 확산되어 그토록 충격이 컸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미국의 저명한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Charles Kindleberger) 교수는 그 원인을 국제정치에서의 리더십 공백에서 찾았다.

당시 영국은 사태를 수습할 리더십 행사의 의지는 있었지만, 이미 기울어진 국력 때문에 물리적 능력이 없었다. 한편, 상승세력 미국은 리더십을 행사할 능력은 있었는데 아직 의지가 없었다. 그래서 생긴 공백사태 때문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2010년 새해 벽두에 킨들버거 교수의 지론을 떠올리는 이유는 올해의 국제정치가 80년 전과 같은 리더십 공백의 닮은꼴로 나아갈지, 아니면 미국의 일방적 주도가 아닌 새로운 제3의 국제협력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지금 국제 권력구조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패권적 리더십을 행사해왔던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고, 대신 지난 30년간 연평균 10% 가까운 성장을 한 후발주자 중국의 힘이 상승하고 있다.

과거의 다른 패권국들처럼 미국은 지난 20여년간 민간부문·정부부문 할 것 없이 과대소비에 몰두해왔고, 19세기 말 이후 영국이 그랬듯이 경제의 금융화(金融化)를 과도하게 추진해왔다. 지금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10%를 넘어서는 위험수위에 도달했고 시장(市場) 만능에 대한 월가의 신화는 깨져버렸다.

반면 중국은 후발주자들이 그렇듯이 안 쓰고 아껴서 저축했다. 그리고 그 돈을 미국정부 채권에 투자해서 지금은 8000억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 빚쟁이 미국은 중국에 잘 보여야 될 형편이고, 중국은 그만큼 영향력이 커진 셈이다.

그래서 지금 국제정치의 핵심사안 중 첫 번째가 세계경제위기를 초래한 미·중간의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는 문제이다. 미국은 소비를 줄이고 중국은 내수를 늘려야 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미국은 경제침체를 벗어나야 되기에 당분간 긴축을 하기가 힘들고 중국도 내수 증가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중요 현안이 위안화의 평가절상 문제이다. 중국은 위안화를 달러에 연동시켜왔는데 달러가치가 하락하자 위안화의 가치도 동반 하락해서 중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위안화의 절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다른 중요현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코펜하겐 기후변화 협상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내지 못했다. 중국은 온실가스배출 감축이라는 국제적 요구보다 국내에 미칠 부정적 효과에 더 신경쓰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 저지에 대한 중국의 협조도 마찬가지다. 중국에게는 이란으로부터 확실한 에너지 공급으로 경제성장을 지속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문제는 상대적인 힘이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리더십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이 요청하는 G2의 역할도 극구 사양하고 있고 유럽은 미국이나 중국에 맞상대할 정도의 단일정치체로서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고, 일본도 정권교체 후 혼미한 조정기를 거치고 있어 리더십 행사가 힘들다. 원하든 원치 않든 미국밖에는 대안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현안이 되었든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는 풀어갈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방식의 국제 협력 패턴을 만들어낼 것인가?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기에는 미국의 힘이 약화되어버렸는데, 아직 새로운 협력방식은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뤄야 될 국제적 현안들은 시간을 다투고 있고 자칫 잘못하면 1930년대처럼 리더십 공백의 와중에 전 국제사회가 표류할 수도 있는 것이다.

11월 한국에서 열릴 G20회의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만일 이 회의에서 미중 경제불균형 해소를 위한 IMF 기능강화든, 금융체제 개혁이든, 보호무역 방지든, 개도국 지원 실천방안이든 몇몇 굵직한 현안에서 획기적인 협력 모멘텀을 만들어내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은 큰 성공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면 한국은 국제정치의 흐름을 바꾸는 데도 중요한 공헌을 하는 셈이 될 것이다. 그러한 쾌거가 이뤄지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조선일보/2010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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