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 언론기고 및 출판





동방예의지국의 부끄러운 ‘폭력 국회’/김정원

페이지 정보

작성일2011-05-10 19:00 조회1,215회 댓글0건

본문

『문명의 충돌』의 저자인 새뮤얼 헌팅턴과 주 덴마크 미국대사를 지낸 워런 맨셀이 만든 외교전문저널 ‘포린 폴리시’는 한국을 주로 북한, 안보문제 차원에서 다루어 왔다. 그러나 올가을 인터넷판에서는 국회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야당 사이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온몸을 사용하는 스포츠”이며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니라 해머·전기톱·소화기가 동원되는 피로 얼룩진 전쟁터라는 것이다. 전 세계 폭력의회 ‘톱 5’로 지목될 지경이다.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존심이 모두 무색해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동안 조 윌슨 하원의원이 “당신 거짓말을 하고 있어”라고 고함을 치는 사건이 일어나자 미 언론은 의회 폭력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미 의회는 삼권분립을 시작하면서부터 의원들의 의회 예절을 중시해왔다. 1801년에 제정된 토머스 제퍼슨의 의회 매뉴얼은 상원의 예의범절을 명시했고, 100여 년 뒤인 1909년부터 하원도 의회 매뉴얼을 만들었다. 대통령에 대한 비웃음, 조롱, 인신공격을 금하고 본회의에서의 부적절한 언어 사용, 동료의원에 대한 공격 등 무질서한 행위를 하면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정당들도 무례를 범해 견책을 받은 의원은 향후 상임위원회나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수 없도록 당규로 제한했다. 하원에 새로 들어오는 의원, 보좌관, 직원은 예외 없이 당선 또는 임명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반드시 윤리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이들이 숙지해야 할 윤리지침은 무려 456쪽에 달한다.

영국에서도 의장의 권위 훼손, 하원규칙 위반, 고의적 의사진행 방해는 직무정지의 사유가 된다. 직무정지 기간 동안에는 세비를 받을 수 없다. 프랑스에서도 공개회의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대통령, 총리, 각료, 의원이나 헌법에서 규정한 집회를 모욕·선동·위협한 경우 자격정지를 포함한 견책 또는 등원 금지가 명령된다. 징계 수위에 따라 의원수당을 감액할 수 있으며, 폭력행위를 검찰에 고발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 국회법도 회의장의 질서 문란, 타인에 대한 모욕, 폭력 행사, 소란 행위, 회의진행에 방해되는 물건의 회의장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또 형법 제138조는 국회의 심의 방해, 모욕, 소동을 일으킨 사람은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법은 법일 뿐 법을 만드는 의원들은 그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단 한 명의 국회의원도 국회나 지역민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공개 사과한 것을 듣지 못했다.

우리가 폭력 국회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의원에서 직원에 이르기까지 강도 높은 윤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언어·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의원은 세비 지급 중단, 국회 내 보직 제한, 각종 선거 후보 출마 제한 등의 실질적인 피해를 보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도 폭력 행위를 한 정치인이 국회나 행정부에 발붙일 수 없도록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폭력 국회’라는 부끄러운 네 글자를 지울 수 있다.

김정원 세종대 석좌교수·전 외교부 대사

중앙일보/2009년 9월 26일

Warning: Use of undefined constant php - assumed 'php' (this will throw an Error in a future version of PHP) in /home1/page87/public_html/kcfr20/skin/board/basic_book/view.skin.php on line 18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47건 12 페이지
회원 언론기고 및 출판 목록
번호 제목
117 고향길에 불러보는 우리의 소원/이홍구
일자: 05-10 | 조회: 1215
2011-05-10
1215
116 세종시, 6자회담, G20 - 기회와 선택/이홍구
일자: 05-10 | 조회: 1144
2011-05-10
1144
115 15년간 하루 2번씩 중국인 위해 기도/김하중
일자: 05-10 | 조회: 1305
2011-05-10
1305
114 국치 100년을 곱씹어야할 이유/이인호
일자: 05-10 | 조회: 1150
2011-05-10
1150
113 아이티, 6·25때 한국에 물자지원… 이제 우리가 갚아…
일자: 05-10 | 조회: 1292
2011-05-10
1292
112 통상 가정교사 미국, 이젠 한국이 바로잡아/정의용
일자: 05-10 | 조회: 1424
2011-05-10
1424
111 국제 리더십 공백 속에 맞는 한국 G20/윤영관
일자: 05-10 | 조회: 1204
2011-05-10
1204
110 통치는 곧 우선순위의 선택이다/이홍구
일자: 05-10 | 조회: 1188
2011-05-10
1188
109 원칙있는 대북포용-파병을/윤영관
일자: 05-10 | 조회: 1106
2011-05-10
1106
108 건강한 국민, 병든 정치/이홍구
일자: 05-10 | 조회: 1099
2011-05-10
1099
107 새로운 세계질서와 중심국 외교/한승주
일자: 05-10 | 조회: 1353
2011-05-10
1353
106 G20 정상 만찬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임성준
일자: 05-10 | 조회: 1137
2011-05-10
1137
105 도시의 미관과 시민의 교통편의/이인호
일자: 05-10 | 조회: 1132
2011-05-10
1132
104 아프리카는 녹색성장의 파트너/정해웅
일자: 05-10 | 조회: 1367
2011-05-10
1367
103 오바마 대통령 방한의 과제/한승주
일자: 05-10 | 조회: 1238
2011-05-10
1238
102 오바마 대통령 방한과 한·미 관계 새 지평/이훙구
일자: 05-10 | 조회: 1307
2011-05-10
1307
101 실용적 대중주의 택한 중국, 체제 안정 지속될 것/윤영…
일자: 05-10 | 조회: 1208
2011-05-10
1208
100 좋은 학교는 없애려는 나라/이인호
일자: 05-10 | 조회: 1237
2011-05-10
1237
99 국가 운영체제 개혁 늦추지 말아야/이홍구
일자: 05-10 | 조회: 1129
2011-05-10
1129
98 “30년 학내분쟁 끝… 교수유치-학생양성에 올인”/박우…
일자: 05-10 | 조회: 1427
2011-05-10
1427
97 카메라에 담은 명사 100인의 ‘마음’/윤주영
일자: 05-10 | 조회: 1354
2011-05-10
1354
96 6자회담은 진짜 토끼인가?/한승주
일자: 05-10 | 조회: 1216
2011-05-10
1216
95 하토야마 총리 방한(訪韓) 준비물/정찬원
일자: 05-10 | 조회: 1165
2011-05-10
1165
94 "각 분야 선각자 100명의 모습 담았어요"/윤주영
일자: 05-10 | 조회: 1333
2011-05-10
1333
93 ‘핵무기 없는 세계’와 한반도 비핵화/이홍구
일자: 05-10 | 조회: 1182
2011-05-10
1182
92 그랜드 바겐과 북핵협상의 미로/이수혁
일자: 05-10 | 조회: 1231
2011-05-10
1231
91 누가 도덕불감증 중증 환자인가/이인호
일자: 05-10 | 조회: 1159
2011-05-10
1159
90 이산가족 상봉, 몸값 대주기 안 된다/소병용
일자: 05-10 | 조회: 1223
2011-05-10
1223
열람중 동방예의지국의 부끄러운 ‘폭력 국회’/김정원
일자: 05-10 | 조회: 1216
2011-05-10
1216
88 정보화·특성화·세계화로 '분규 대학' 이미지 벗을 것/…
일자: 05-10 | 조회: 1518
2011-05-10
1518
게시물 검색







한국외교협회 | 개인정보 보호관리자: 박경훈
E-mail: kcfr@hanmail.net

주소: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94길 33
TEL: 02-2186-3600 | FAX: 02-585-6204

Copyright(c) 한국외교협회 All Rights Reserved.
hosting by 1004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