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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바겐과 북핵협상의 미로/이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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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9:00 조회1,2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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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에서 선후의 문제는 중요하다. 주고 받는 협상에서 \'동시적\'이냐 또는 \'순차적\'이냐는 사안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 과 미국이 언급하고 있는 \'패키지 딜\'(포괄적 합의)이 큰 원칙과 틀을 합의하는 것이라면 사용한 용어의 다름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원칙과 목표는 \'일괄해서 포괄적으로 크게(grand)\' 합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큰 틀의 세부계획인 \'로드 맵(이정표 지도)\'을 만들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핵 폐기처럼 합의 사항의 정직한 이행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verifiable) 사안은 검증을 받기 전에 먼저 조치를 완결해야 하는데 그 조치가 완전하고(complet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조치일 경우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쪽은 조치를 완료했는데 상대방이 그것을 불완전한 조치로 판단하고 주어야 할 대가를 주지 않겠다고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한 한쪽은 \'돌이키기 위해\' 여러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합의할 세부 계획 중에는 행동에 있어서 \'시간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 있다. 북핵문제는 선후가 있는 연관된 문제들로 가득한 다발성 병인(病因)이다. 병인의 대소·경중·난이(難易)에 따라 짝을 지어 서로 바꾸는 이행과정에서 조합된 조치의 시작과 종료 사이에 상당한 시간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한쪽 조치는 유형의 물리적 조치(핵 동결 등)인데 상대방 조치는 무형의 정책(테러국 명단 삭제 등)에 관한 조치로서 교환물의 형태가 다른 경우 문제가 꼬이게 된다. 한쪽은 조치의 개시와 동시에 상대방의 조치를 요구할 것이며 상대방은 한쪽 조치의 완성을 검증한 후 대가를 주려 할 것이다.

이 모든 문제는 상대방을 믿지 않는 신뢰의 결여를 특징으로 하는 동서고금의 국제정치의 패러독스에서 출발한다. 중요한 것은 단계적 조치의 실패 원인이 합의 방식의 결점이 아니라 이행과정에서의 변심이 더 이익이라는 일방 국가의 판단 때문이라는 점이다. 외교에서는 변심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20년 지속되는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로에 있는 것은 북한의 핵 불포기 전략 때문이다. 북핵 해결은 단기 쇼크 요법보다는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진단해야 할 것 같다. 동북아 안보 구조의 근본적 전환이 그 처방이다. 북핵문제는 한반도 문제의 아킬레스건이다. 북핵문제가 해결됨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안보 및 경제 협력 문제가 포괄적으로 해결됨을 의미한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협력 구조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동북아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간에 안보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신(新)질서를 이 지역에 만들어야 북핵문제는 종료될지 모른다. 아마도 그때까지는 느긋한 전략을 가지는 배짱도 필요할 것 같다. 지역 안보 경제 협력의 외부적 환경과 틀을 만들어 거기에 북한이 참여케 하는 것이다.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미국·소련·프랑스·영국은 통일독일을 믿었다기보다는 통일독일이 포함되는 나토와 유럽공동체를 신뢰했다. 우리도 북핵문제와 함께 지역 안보문제, 동맹문제, 경제협력 문제, 공동체 문제를 한꺼번에 푸는 전략으로 협상해볼 만하다. 북한이나 통일한국을 믿게 하기보다는 북한 나아가 통일 한국이 참여하는 공동체 정신을 믿게 하는 것이다.

이수혁·前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

조선일보/2009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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