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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韓美)정상이 나눠야 할 이야기/한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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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8:39 조회1,2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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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부시 미국 대통령이 1박2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달 방한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로 한국 내 정국이 어수선해지자 한 달을 연기하여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아시아를 방문하는 차에 한국을 들르기로 한 것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임기 중 세 명의 한국 대통령을 겪었다. 첫 번째의 김대중 대통령과는 몹시 불편한 관계를 가졌다. 부시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2001년 3월에 있었던 김대중-부시 간의 워싱턴 만남은 대표적인 실패작 정상회담으로 꼽힌다. 당시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상대 못할 독재자로 생각하는 부시 대통령에게 김대중 대통령은 왜 그와 대화하고 거래하는 것이 필요한가를 설교하여 부시의 거부감을 샀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불편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두 사람 간에는 남북한 관계나 한미관계에 있어서 너무나 시각의 차이가 컸다. 따라서 그들은 완전히 마음을 터놓고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가 되지는 못하였다.

이렇듯 두 전임 대통령들과의 관계가 편치 못한 것이었기에 부시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갖는 기대와 친근감이 각별해 보인다. 미국 쇠고기와 관련하여 추가협상을 허용한 것, BGN의 독도 표기를 변경한 지 일주일 만에 원상 복귀시킨 것도 그러한 인간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이러한 일들을 결정하는 데는 미국 국익에 대한 판단이 일차적인 고려사항이다. 하지만 양국 대통령 간의 인간관계가 어려운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 교토의정서 참가거부 등으로 세계인들의 혹평도 받고 있지만 대통령으로서, 또 인간적으로 장점과 강점도 많은 사람이다. 그는 7년7개월이라는 대통령으로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네오콘(신 보수주의자)들에 둘러싸여 이념적인 성향을 많이 보였으나 두 번째 임기에 들어서서 상당히 실용주의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북한과 협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티베트 사태 이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주저 없이 천명하였다. 핵실험으로 세계의 빈축을 받은 인도와 핵 협력 협정을 체결하였다. 그가 이명박 대통령과 대화가 되는 이유는 같은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부시 대통령은 허허실실의 사나이다. 겉으로는 어수룩한 것 같고 농담도 잘 하지만 내가 경험한 부시는 이해가 빠르고 초점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그 덕택에 두 번씩이나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동시에 의리와 배짱이 있고 화끈한 면이 있는 사람이다. 백악관을 떠나는 날까지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큰 권한을 행사한다. 독도 표기의 거의 즉각적인 원상복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 대통령의 권한은 퇴임할 때까지 막강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정상회담은 구체적인 사안을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정상회담은 큰 문제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방향을 설명하고 상대방의 사람 됨됨이와 입장을 가늠하는 자리이다. 이러한 자리에서 개인적인 친분과 우의가 결정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부시 대통령의 방한에서 일회성, 홍보성 성과에만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두 정상이 만나서 논의할 큰 문제들이 여러 개 있다. 핵을 포함하여 북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의 문제, 동아시아에서의 지역질서를 논의하는 데 있어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확보하는 과제, 한미 FTA 비준을 양국 의회에서 부시 대통령 임기 중 획득하는 문제들이 있다. 또 이번 회담은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계획을 안보에 부합하도록 융통성 있게 추진하는 방법에 대한 합의를 양국 정상이 이끌어 내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두 실용주의 대통령들의 생산적인 만남을 기대한다.

한승주 전 외교부장관,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 칼럼/2008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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