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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60년’ 폄하해선 안 된다/박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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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8:40 조회1,2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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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흔히 지정학적 위치를 들고는 한다. 『두 개의 한국』 저자로 유명한 오버도퍼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잘못된 크기로 잘못된 장소에 위치한 나라, 그러면서도 주변국에 실질적 가치가 있을 정도로 크고 좋은 지위를 점하고 있어 음모를 꾸미고 전쟁을 할 만한 이유가 되는 나라”라고 기술했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가 이루어온 국력신장을 회고해 보면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제약보다는 기회의 요소로 작용해 왔다. 60년 전에 독립한 140여 약소국의 하나에 불과했던 한국은 이제 해양과 대륙을 동시에 지향하며 경제력은 세계 13위, 국방력은 8위, 스포츠는 10위권, 정보화 면에서는 세계 첨단에 서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외교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지난 60년간 한국 외교의 발자취를 회고해 보면 첫째, 건국 초기에는 공산주의 위협으로부터 생존을 보전하기 위한 안보의 기틀을 놓았고 그러한 기초 위에 외자와 기술 유치, 해외 시장 확보를 통해 산업화를 지원함으로써 국제적으로 개발도상국 경제성장의 발전모델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서 도래한 탈냉전 시대의 북방외교를 통해 중국·러시아 등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을 통해 한국 외교의 지평을 넓힌 것도 꾸준히 지속해온 안보와 경제 외교의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우리 외교를 대미 종속외교, 분단 고착외교, 반공 이데올로기에 편중된 외교로 폄하하는 목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는 무지이거나 사실의 심각한 왜곡에 기초한 주장이라는 생각이다. 공산주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헐벗고 굶주린 국민들을 위해 통상을 하고 외자와 기술을 도입하는 데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했던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미국 의사에 반하는 반공포로 석방에 관한 이승만 대통령의 결단,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론을 되돌린 박정희 대통령과 카터 대통령의 청와대 일 합은 대미 외교가 국익을 위한 것이었으며 종속외교와는 거리가 멀었음을 필자는 경험으로부터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제기된 이러한 주장들의 가장 큰 폐해는 외교에 대한 공감대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 정상 간에 합의된 6·15 선언과 10·4 선언의 평가는 역사의 몫으로 하고라도 우리 사회의 동맹과 자주라는 소위 ‘거대 담론’ ‘북한관 변화’ ‘민족끼리’의 정서는 우리 사회 가치관의 다양화 현상과 함께 새로운 외교환경을 조성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정치권에서 기본적인 외교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무너져 외교정책이 정치적 논쟁이나 사회적 분규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대북정책을 국익에 기초한 국제공조 대신 소위 ‘민족끼리’의 좁은 시야로 접근하는 경향도 만들어냈다. 인권분야를 예로 들면 지난 10년간 우리 정부는 미얀마 인권문제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북한 인권 결의에 대해서는 불참, 기권, 반대를 넘나드는 이중 잣대를 보여왔다. 이는 국익에 기초한 국민적 공감대가 아니라 설익은 이념이 외교적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본다.

역사적인 광복절과 60주년 건국행사에조차 여야가 자리를 같이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외교문제에 대한 컨센서스를 구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특히 대북정책과 안보정책에 관한 논쟁이나 분규의 높은 비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외교기조에 대한 새로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념의 과잉은 국익에 기초한 일관된 외교정책을 어렵게 하므로 공허한 이념이 아니라 안보·경제·국격의 제고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치에 기초한 외교기조에 대한 공감대를 이룩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외교의 초미의 과제로 강조되어야 한다.

박수길 고려대 석좌교수·유엔한국협회 명예회장

중앙일보 시론/2008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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