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 언론기고 및 출판





<경향신문> 정기종 / 한국은 ‘홀로서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페이지 정보

작성일2018-06-04 16:51 조회1,011회 댓글0건

본문

[기고]한국은 ‘홀로서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정기종 | 전 주카타르 대사·한국외교협회 회원

‘그것은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그것은 지혜의 시대였으며 무지의 시대였다. 그것은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그것은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으며 희망의 봄이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는 이렇게 정반대로 대비되는 두 개의 의미가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벌어지는 광경에 대한 묘사로 시작한다. 잘 알려진 대로 프랑스 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린 인간상들과 사회분위기를 그린 소설이다. 

 

[기고]한국은 ‘홀로서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새로운 정부가 수립돼 전국이 신선한 분위기에 기대감으로 차 있다. 새 정부의 야심찬 계획들도 여러 가지가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강한 반대의견과 불안감도 존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시대를 어느 방식으로 설명하건 우리나라에 중대한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지난 반년여 동안은 한국 현대사에 처음 있었던 경이적인 정치변동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보전과 발전이라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뿐만 아니라 집권을 위한 정치공학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역시 특별한 학습효과를 주었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 소중한 경험이며 동시에 우려되는 점이기도 할 것이다. 

 

호주의 외교관이며 아시아 전문가인 맥마흔 볼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아시아의 민족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역저를 쓰면서 그중 한 장을 한국에 할애한다. 그는 ‘한국: 강대국 세력 균형의 시험장’에서 미·소 간의 대결이 한국에서 해결된 후에 미군이 만일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그리고 한국에서 다시 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공중과 해상은 몰라도 지상으로는 다시 한국에 돌아올 수가 없을 것이라고 썼다. 다시 말해 미국은 한국만을 위해서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 나라에 군대를 파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전쟁은 궁극적으로는 한국인의 주체적이고 자결의지의 민족적 통합만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입증시켜준 셈이라고 글을 맺고 있다. 우리의 국력은 경제력과 군사력, 최근의 연성국력까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주체적이고 자결의지의 민족적 통합을 위한 능력과 의지를 갖췄는가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희망의 비전을 향한 국민의 일치된 컨센서스와 상식을 존중하는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지키는 일은 우리의 실상과 괴리가 있고 오직 정치만이 관심을 끌고 있고 발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드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정세는 격변했고 우리나라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도 아시아 패러독스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바뀐 것이 현실이다. 서울 한복판 을지로 입구에 푸시킨의 동상이 설 정도로 우리나라도 변했다. 구소련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정확한 상황인식과 대처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외교도 국방도 국내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면 문제 해결의 기본원리도 유사한 시대 상황의 우리 역사 속에서 찾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조선 말의 역사가 그것을 웅변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중 전통 우방인 미국과 한민족인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 모색은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핵심적인 사안이라 할 것이다. 우리 외교가 해야 할 일은 현안에 대한 성급한 해결 추구보다 우리의 실력과 의지를 배양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마련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 시드니 칼튼은 자기희생이라는 간단한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세상에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난제들이 많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일제의 압제와 동족상잔의 아픔을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우리 사회의 저력을 믿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낙관해본다. 

 


Warning: Use of undefined constant php - assumed 'php' (this will throw an Error in a future version of PHP) in /home1/page87/public_html/kcfr20/skin/board/basic_book/view.skin.php on line 18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47건 5 페이지
회원 언론기고 및 출판 목록
번호 제목
열람중 <경향신문> 정기종 / 한국은 ‘홀로서기’를 할 준비가…
일자: 06-04 | 조회: 1012
2018-06-04
1012
326 <통일한국> 손선홍 / 통일과정의 논쟁점에 대비하고 있…
일자: 06-04 | 조회: 813
2018-06-04
813
325 <코리아헤럴드> 박상식 / Three threats t…
일자: 06-04 | 조회: 989
2018-06-04
989
324 <서울신문> 이병국 / 엉터리 계획서 쓴 ‘콜럼버스 공…
일자: 06-04 | 조회: 937
2018-06-04
937
323 <매일경제> 손선홍 / 콜 前총리가 `獨통일의 아버지`…
일자: 06-04 | 조회: 815
2018-06-04
815
322 <코리아헤럴드> 박상식 / North Korea and…
일자: 06-04 | 조회: 866
2018-06-04
866
321 <코리아헤럴드> 박상식 / South Korea-US …
일자: 06-04 | 조회: 808
2018-06-04
808
320 <조이문학> 이경구 / 북소리...
일자: 06-04 | 조회: 956
2018-06-04
956
319 <코리아헤럴드> 박상식 / The two Koreas …
일자: 06-04 | 조회: 738
2018-06-04
738
318 <세계일보> 한태규 / 세계초대석 인터뷰
일자: 05-30 | 조회: 1314
2018-05-30
1314
317 <매일경제> 손선홍 /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일자: 05-30 | 조회: 842
2018-05-30
842
316 <코리아헤럴드> 박상식 / Korea’s nationa…
일자: 05-30 | 조회: 1037
2018-05-30
1037
315 <코리아헤럴드> 박상식 / How to deal wit…
일자: 05-30 | 조회: 1228
2018-05-30
1228
314 <대전일보> 김현중 / 한류 위기 ... 제2의 싸이가…
일자: 05-30 | 조회: 1393
2018-05-30
1393
313 <통일신문> 정태익 / 안보위기를 통일의 기회로…
일자: 10-19 | 조회: 1484
2016-10-19
1484
312 <문화일보> 송종환 / 파키스탄의 ‘인더스강 기…
일자: 11-09 | 조회: 2413
2015-11-09
2413
311 <조선일보> 정태익 / 톨스토이, 이토 히로…
일자: 12-08 | 조회: 4255
2014-12-08
4255
310 <조선일보> 정태익 / 사라진 헤이그 밀사의 후…
일자: 12-08 | 조회: 3659
2014-12-08
3659
309 <중앙일보> 송민순 / 전시작전권 전환은 통일과…
일자: 11-13 | 조회: 2957
2014-11-13
2957
308 <mk 뉴스> 임홍재 / 저탄소 지구를 향한 유…
일자: 09-23 | 조회: 2088
2014-09-23
2088
307 <조선일보> 정태익 / 사라진 헤이그 밀사 후손…
일자: 08-18 | 조회: 4016
2014-08-18
4016
306 <조선일보> 정태익 / 고르바초프 라이사를 잃…
일자: 05-20 | 조회: 4164
2014-05-20
4164
305 <조선일보> 정태익 / 장쩌민, 來而不往 非…
일자: 04-10 | 조회: 4029
2014-04-10
4029
304 <조선일보> 정태익 / 텍사스 출신 부시, …
일자: 03-03 | 조회: 3397
2014-03-03
3397
303 <조선일보> 정태익 / 청와대 출근 첫날 자정 …
일자: 03-03 | 조회: 3442
2014-03-03
3442
302 <조선일보> 정태익 / 유성환의원 발언으로 미국…
일자: 12-30 | 조회: 3787
2013-12-30
3787
301 <조선일보> 정태익 / 1994년 가을 대사관저…
일자: 11-27 | 조회: 1374
2013-11-27
1374
300 <조선일보> 정태익 / 한국-이집트 극적인 수교…
일자: 11-27 | 조회: 1427
2013-11-27
1427
299 <광화문 포럼> 정태익 /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
일자: 11-27 | 조회: 1500
2013-11-27
1500
298 <한국?파키스탄 친선협회> 오재희 / 한국?파키…
일자: 11-22 | 조회: 1898
2013-11-22
1898
게시물 검색







한국외교협회 | 개인정보 보호관리자: 박경훈
E-mail: kcfr@hanmail.net

주소: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94길 33
TEL: 02-2186-3600 | FAX: 02-585-6204

Copyright(c) 한국외교협회 All Rights Reserved.
hosting by 1004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