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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콘도르가 된 8인의 영웅 / 박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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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2-06-26 13:28 조회1,8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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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콘도르가 된 8인의 영웅

[중앙일보]입력 2012.06.26 00:48 / 수정 2012.06.26 00:10

박희권 주 페루 대사
안데스. 인디언들의 언어인 케추아어로 높은 산마루라는 뜻의 ‘안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남북의 길이 7500㎞, 평균 높이가 4000m에 이르며 6000 m가 넘는 봉우리만 해도 100개가 넘는 광대한 산맥이다.

 안데스 험준한 고산지대에서 그들은 갔다. 수자원개발 분야의 베테랑 엔지니어인 그들은 대규모 수력발전소 수주라는 꿈을 앞두고 안데스의 구름과 눈과 바람 등 기상악화 속에서 5000m나 되는 고산에서 산화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들의 육체는 희생되었지만, 인프라 수출을 위해 남미의 고산밀림지대를 누빈 그들의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은 그대로 남았다.

 오늘의 한국 경제를 이룩한 것은 면면히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이다. 20세기 후반 우리의 선배들은 생존을 위해 해외로 뛰어들어야 했다. 달러를 벌어 국내에 있는 가족들을 먹이고 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해외에 간호사로, 광부로 나갔다. 수출품의 선적기일을 맞추느라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사이 형들과 누나들의 발은 부르트고 손가락의 지문은 문드러졌다. 열사의 중동에서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대한민국 성장의 초석을 놓았다. 한국인 특유의 배짱과 자신감 하나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해외건설 프로젝트를 따냈다.

 선배들이 만든 수출보국의 전통은 후배들에게로 이어졌다. 선배들이 배짱과 자신감을 가지고 세계를 누볐다면, 후배들은 뛰어난 전문지식과 탄탄한 어학실력을 가지고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선배들이 원단과 공산품을 팔았다면, 후배들은 첨단상품과 아이디어와 기술을 팔고 있다. 이번에 희생된 8인의 영웅은 수자원과 토목 분야에서 기술과 경험을 갈고닦은 세계 수준의 전문인력이었다.

 댐이나 발전소 건설 등 수자원 관련 공사에는 항상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험한 산속이나 계곡 등 오지의 미개발 지역이나 심지어는 내전으로 치안이 불안한 곳에 건설하기 때문이다. 악착스러운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이 없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세기 후반 우리의 발전을 일구어낸 것은 ‘하면 된다’는 긍정의 정신문화였다. 21세기 글로벌시대는 더 큰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필요로 한다.

 이곳 페루에서도 우리의 젊은 기업인들은 호흡이 곤란한 5000m 고지에서 광물자원을 캐내고, 높은 파도가 치는 태평양에서 멀미를 참아내며 석유를 뽑아 올리고 있다. 선배들의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이 이미 우리의 DNA로 체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러한 정신이 살아 있는 한 대한민국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선진국으로 우뚝 설 것이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열정과 사명감을 보여주신 8인의 영웅을 널리 기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000m 이상의 안데스 고지에는 콘도르라는 거대한 새가 산다. 잉카인들에게 콘도르는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 또는 ‘신들의 뜻을 전하는 자’라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그들은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로 부활한다고 믿는다.

 콘도르의 자유정신을 표상하여 페루의 작곡가 알로미아 로블레스는 20세기 초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라는 노래를 작곡했다. 이 노래는 다시 사이먼과 가펑클이 편곡, 번안해 불러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었다. 아리랑이 우리에게 갖는 정서적 의미와 비슷하게 인디오의 고난과 한이 서린 구슬픈 음조는 우리의 가슴을 저며온다.

 산화하신 8인의 영웅도 콘도르가 되었을까? 너무나 웅장하고 변덕스러운 자연 앞에 스러져간 영혼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콘도르는 오늘도 안데스를 처연히 지키고 있다. 그 콘도르를 보면서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박희권 주 페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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