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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기일수록 외교가 중요하다 / 이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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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9:30 조회1,4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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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무력도발로 한반도의 분단 대치 상황이 또다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6·25 60주년을 맞은 역사의 고비에서 갈수록 세계사의 예외지대가 되어 가고 있는 북한은 그들의 답답한 현실과 어두운 미래 전망을 감내하지 못한 채 연이어 무리수를 두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안보태세를 한층 강화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며 평화통일을 향한 전략을 더욱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우리 군의 임전태세를 재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곳을 최우선으로 조치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길은 이를 위해 응분의 희생과 대가도 치르겠다는 국민적 합의와 각오임을 우리 모두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오늘의 안보위기는 과거와는 달리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화된 지구촌의 여러 나라가 함께 직면하는 공동의 과제라는 것이다.

 지금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이 세계질서나 평화와는 무관하였던 전근대의 상황과는 달리 주변 국가는 물론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지구촌 여러 나라의 이해가 직결되어 있는 세계화 시대이다.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외교·안보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려 있다. 우리 조상들은 주변국들이 예외 없이 우리보다 큰 강대국이란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군사력 또는 하드파워(hard power)의 대결을 가급적 피하고 외교와 문화를 포함한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활용하였음을 고려 및 조선 왕조의 외교사에서 볼 수 있다. 오늘날에도 핵무기 보유국임을 자칭하는 북한의 모험적인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군사력의 보완 못지않게 국제사회의 힘을 한 방향으로 모아 활용하는 외교력의 강화도 중요하다.

 21세기의 세계는 다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동서 두 진영으로 갈랐던 냉전의 양극화 시대를 거쳐 미국의 유일 강대국 시대가 시작되는 듯싶더니 세계는 빠른 속도로 다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국과 유럽에 더하여 아시아가 세력 중심으로 부상하였을 뿐 아니라 중국·인도·브라질 등이 초강대국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다. 이러한 세력의 다극화로 다자외교 시대를 열면서 수많은 국제회의와 국제기구가 외교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전통적인 양자외교에 더하여 다자외교가 국제관계를 좌우하는 새로운 외교 형태로 부상한 것이다. 이러한 다자외교 시대를 어떻게 적극적이며 창의적으로 활용하느냐가 한국 외교의 당면과제라 하겠다.


 오랫동안 한·미동맹이란 특수한 양자관계를 외교의 주축으로 삼아왔던 한국에는 다자외교 시대가 다소 생소하고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선 한국적 문화전통에선 이중, 삼중, 사중의 외교를 한다는 것이 의리를 저버리는 배신 혹은 누군가를 기만하는 부도덕한 행동처럼 오해될 수도 있다. 야구에서 좋은 결과를 의미하는 더블 플레이(double play)는 인간관계나 외교에서는 부정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한꺼번에 여러 나라와 ‘동반자관계’를 맺는다고 하니 정말 그토록 많은 신뢰관계가 동시에 생길 수 있는지 걱정스러울 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세계화가 수반한 다극화 시대로 여러 나라가 공통의 이익을 찾아 협조의 틀, 즉 그물망(network)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다자간의 이해관계를 순기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그러한 순기능적 다자외교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느냐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오늘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을 주고 있는 북한 체제의 예외적 성격과 모험적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의 나머지 다섯 참가국 간의 생산적 다자외교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5자관계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는 동시에 북한으로 하여금 이에 동참을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다자외교의 청사진과 전략의 개발이야말로 한국에 부과된 시대적 소명이 아닐까. 이러한 역사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감당하려면 우리의 외교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이를 밑받침하는 국민적 이해와 합의를 조성하기 위해 학계와 언론계는 물론 정치권과 정부 내에서의 강력한 지원이 있어야만 한다.

 우리는 G20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다음은 2012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제2차 핵정상회의이다. 북한 핵 문제라는 폭발성 강한 난제와 부딪칠 이 모임은 한국다자외교의 시험장이 될 것이다.


이홍구 전 총리·본사 고문
중앙일보 (20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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