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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東 전문가 없는 對중동 외교 / 박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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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9:36 조회1,7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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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난리다. \'마그레브\'(Maghreb· 중동 서부)와 \'마슈리크\'(Mashriq·중동 동부)를 막론하고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이래 보수적인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도전의 물결이 거세다. 사회적 보수주의와 정치적 권위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이슬람 질서하에서 사막의 모래알같이 흩어져 있던 백성들은 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 정당한 불만이 있어도 그 표출 경로를 찾지 못해 좌절해 왔는데 트위터·페이스북과 같은 사회적 네트워킹 서비스(SNS)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는 중동 사태에서 보여준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아쉬웠다. 우리 정부는 한때 이집트 사태와 관련, 정권 교체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또 리비아에서 무장 주민들에 의한 우리나라 및 여타 국가들의 건설현장 공격도 최근 중동에 번지는 체제 도전의 물결과는 무관하다고 발표했었다. 안이하고 예리하지 못한 조치였다.

중동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흡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외교통상부 내 전문가 시스템의 미흡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무고시 출신 외교관 가운데 아랍어를 구사하고, 두 번 이상 중동에 근무하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전문지식을 축적한 중동 전문가(Specialist)는 매우 드물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러시아 정도를 제외하고 이런 지역 전문가는 극소수다. 우리는 외교관을 지역 전문가로 양성하기보다, 외교 전반에 대해 두루 알고 대처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다 보니 중동과 아프리카를 관장하는 아·중동국장(阿中東局長)이 이 지역에 한 번도 근무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여행조차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임명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두어 번 있었다.

미국의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2006년 초 미국의 직업 외교관들은 최소한 선진국과 후진국 각각 한 나라의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는 특수 언어 전문가들을 특채해 해당 지역에 근무시킴으로써 전문가를 양성하려고 해왔다. 이들이 나름의 역할을 하지만, 외교부 내 의사 결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숫자가 너무 적다.

일본 외무성에는 적지 않은 아랍어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필자가 이라크에서 근무하던 2005년 초 헌법이 개정됐는데, 일본 외무성은 이라크의 신(新)헌법 전문을 2~3일 만에 번역해 관련 정부기관 및 민간기업에 배포했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떤가. 2005년 가을 한 이슬람 테러 단체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아랍어로 \'한국인 여성 2명 납치\'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소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나중에 이 사건은 허위로 밝혀졌지만 원래 아랍어 표현은 \'한국인 2명 납치\'였지 \'한국인 여성 2명 납치\'가 아니었다. 우리 정부 내 아랍어 인력이 아랍어 복수(複數)를 잘못 해석해 빚어진 일이었다.

중동은 우리가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를 절대적으로 의존할 뿐 아니라 건설·무역에서도 중요도가 높은 지역이다. 이곳에서 국익을 제대로 지켜내기 위해선 직업 외교관의 일부를 중동 전문가로 키워내고, 이들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겪지 않고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박찬진 (전 주 레바논 대사)
조선일보 (2011.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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