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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박병환 / 북러 정상회담, 단순히 러시아의 반갑지 않은 끼어들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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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05-03 16:25 조회6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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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남북미 톱다운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고?

[기고] 북러 정상회담, 단순히 러시아의 반갑지 않은 끼어들기인가?  

최종수정 2019.04.29 14:37:43

 

지난 2월 하순 하노이 북-미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지 2개월이 지났다.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김정일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양자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국내외 언론의 평가는 크게 보아 세 가지이다. 첫째, 공동성명과 같은 어떤 결과 문서도 발표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단순히 쇼에 불과하였다. 둘째, 북한은 기댈 언덕이 있다는 것을 미국에 대해 보여주려 했고 러시아는 실질적인 영향력도 없으면서 존재감을 보이고자 하였다. 셋째, 러시아의 '끼어들기'로 북-미간 비핵화 협상을 복잡하게 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필자는 정상회담 직후 단독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밝힌 것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생각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첫째,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러시아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비핵화를 지지하며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에 반대한다. 2) 비핵화는 북한의 군비축소를 의미하며 북한이 이에 대해 요구하는 것은 단지 주권 보전, 즉 안전 보장일 뿐이다. 이러한 보장은 국제적 보장이어야 하고 우선 상대방의 이익을 존중함으로써 신뢰를 쌓아가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3) 이런 맥락에서 (북-미가 9.19 공동선언에 합의하였던) 2005년에 비핵화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었으나 미국 측의 추가적인 요구 때문에 결렬되었다. 4) 6자 논의 방식은 지금 당장 재개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비핵화 협상이 체제 보장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는 단계에 이르면 국제적인 보장이 불가피하다고 보며, 만일 한국과 미국의 보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6자 회담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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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前 주러시아 공사

우선 3항에 관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사실 확인이 필요하겠으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슈퍼 매파로 불리는)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94년 제네바 합의를 2002년 파기할 때 국무부 차관으로 있었고, 2005년 9.19 공동성명을 깨뜨린 장본인이었다"고 말한 바 당시 미 정부 내 '매파'들은 판을 깨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다만 향후 비핵화 협상의 원활한 진전을 위해서 과거 6자회담의 경과를 면밀하게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양측이 상대방에 대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 후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하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고 의례적인 립 서비스일 수도 있겠으나 작년에 열린 북-중 정상회담 때는 없었던 반응이다. 현재 북미 협상에서 양측은 일괄타결이냐 단계적 해법이냐를 놓고 기 싸움을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18년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지, 동창리 핵 실험장 해체, 미군 유해 송환 및 수감 중인 미국인 석방 등의 조치에 대해 보상하는 동시에 비핵화 진전의 유인책으로서 가역적인 제재 완화(북한이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해제한 조치를 복원)를 설득함으로써 현재의 협상 동력이 유지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하여 아마도 미국은 한국보다는 러시아와 중국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줄 것이다. 

다만 중국은 현재 미국과 무역 분쟁으로 인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어 미국에 대해 강한 입장을 개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중국보다 훨씬 자유로운 입장에 있는 러시아가 미국을 설득하는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현 단계에서 비핵화 협상이 지속되기 위해서 부분적이라도 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면 북-미, 남-북, 한-미 대화에 한정하지 말고 관련국들 모두와 활발히 소통하는 것이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아닐까?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정착 나아가 남북통일 과정에서 한국이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두 나라는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소통하는 존재가 아닌가?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번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하여 '러시아가 남북미 정상의 톱다운 대화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6자 회담을 앞세워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등 러시아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푸틴 대통령의 기자 회견 내용 가운데 체제보장 및 6자 회담에 대한 언급을 보면 한국 측이 그리 당황하거나 우려할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첫째, 푸틴 대통령은 당장 6자 회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 않았으며 현재의 비핵화 협상이 체제보장방안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이르면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둘째, 체제보장과 관련해서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보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하는 경우 6자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으므로 체제보장에 관한 6자 논의 여부는 결국 북한에 달려 있는 것이다. 파트루세프 러시아 연방 안보회의 서기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설명한 러-중 공동행동계획은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바 없으므로 당장 확인할 수 없으나, 2017년 5월 러-중 양국이 합의한 바 있는 쌍중단(雙中斷) 및 쌍궤병행(雙軌竝行) 방식과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그럴 경우 새로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으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협상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생긴 것으로 판단할 이유가 없다고 보며 오히려 러시아를 현재의 프로세스를 촉진시키는 데 유용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의 '불순한' 의도 운운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대외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도대체 국제사회에 '착한' 외세가 어디 있는가? 모두가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 국제사회에서는 그러한 자기 이익 추구가 다른 나라의 그것과 충돌하느냐 않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둘째, 북한 근로자들의 귀국 문제에 대해 "이것은 인도주의적(гуманитарного характера) 문제이며 그들의 인권 실현과도 관련이 있는(связанные с реализацией прав) 문제라고 하면서 조용하고 충돌되지 않는(спокойные, не конфронтационные) 해법이 있다"고 하였다.  1만여 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연말까지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부라도 잔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진다. 러시아의 상당한 맷집으로 볼 때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될 지도 모른다. 

셋째, 철도 연결, 파이프라인 건설 및 전력망 연결과 같은 남북러 삼각협력사업에 관해서 논의하였다면서  "이러한 사업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인 결정을 하여야 할 때 주권의 부족(дефицит суверенитета)이 있는 것 같았고 미국에 대해 동맹국으로서 의무가 있는 때문인지 어느 순간엔가 모든 것이 중단되었다. 이러한 사업들이 실현되었더라면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신뢰 구축의 조건이 만들어졌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90년대 말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 주러시아 대사관에 근무한 필자로서는 푸틴 대통령의 생각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역대 정부는 보수든 진보든 집권 초기에 3대 메가 프로젝트를 거창한 수사로 정상외교 성과 홍보용으로 이용할 뿐이었고, 이러한 사업들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통일에 대해 갖는 불가역적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실행 의지를 보인 적이 없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스스로 미국의 눈치를 본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였는지 실무선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어쨌든 현재는 유엔 제재 때문에 하려고 해도 못하고 있지만 그런 제재가 없었던 때는 왜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한편 일부 언론은 러시아의 '끼어들기' 때문에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흔들린다거나 비핵화 협상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될 수도 있다고 분석하였는데, 북한의 핵 위협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나라인 한국은 비핵화 문제의 직접 당사자이며 동시에 북미 협상의 중재자이다. 그런데 일부 야당에서 지적하듯이 남북정상이 만나 비핵화에 대해 실질적인 협상을 하였던가? 한국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반복적으로 확인하거나 북미 협상에 응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전부였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상대방은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라고 하는데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러시아와 중국과도 활발히 소통하여 현재 비핵화 협상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한국이 중재자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길이 아닐까? 

그리고 비핵화 협상과 관련하여 일부 언론에서 걸핏하면 '엇박자' 운운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곤 한다. 동맹국 사이에도 왕왕 이견과 갈등이 존재하는 법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 핵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겠으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더욱이 대한민국의 이익만이 아니라 한민족 전체의 이익도 생각해야 하지 않은가? 

미국은 급할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협상 타결을 위해 지불해야 할 것도 없다. 제재 해제는 비용이 아니며, 결국 경제적 보상이 관건인데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으로 대놓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은 협상이 늘어짐에 따라 이미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남북협력사업의 추진 중단이 그것이다. 현재 남북한 협력에 대해 현실적으로 미국의 양해 또는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현재와 같이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여 외견상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것 자체만도 매우 다행스러운 결과이다. 미국의 대북 협상 목표나 전략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따라서 한국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끝으로 남북한의 적대적 대치는 한민족의 선택이었다기보다는 2차 대전 이래 미국과 소련 사이 냉전의 산물이고 북한의 핵 개발도 그 연장선에서 일어난 일이다. 따라서 애초부터 북-미, 남-북만의 소통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현 단계에서 최선의 목표는 남북한이 비적대적인 평화공존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다. 북한이 반대하지 않는 한 러시아와 중국의 참여는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과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미국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찍이 1971년 4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김대중 야당 후보가 한반도 평화에 대한 4대국 보장론을 주창하여 당시에는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하였지만 현재 상황에서 볼 때도 그럴까? 마지막으로 사족을 달자면, 작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시진핑이 초조한 빛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김정일을 세번이나 만났을 때 국내 언론들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왜 중국이 끼어드냐'고 하였던가? 예를 들어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주 관심사 중 하나는 주한 미군 철수이나 러시아는 이를 거론한 적이 없다. 어느 나라가 우리에게 덜 위험하거나 더 유용한지 냉철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박병환 前 주러시아 공사 (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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