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박병환 / 러시아의 영공 침범으로 드러난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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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러시아의 영공 침범으로 드러난 문제들
2019-08-23 05:00:15 게재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7월 23일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훈련 과정에서 러시아 공군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과 러시아 공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기도
했다. 한국군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공군기 쪽으로 경고 사격을 가했다. 이번 사태로 대내외적으로 간단치 않은 문제들이 노정되었다.
우선 한국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나? 사건 당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파트루쉐프 서기에게 항의 메시지를 보냈으며, 외교부는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를, 국방부는 주한 러시아 공군무관을 각각 초치해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이고 합당한 외교적 조치였다. 다음날 오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날 국방부에
초치된 러시아 무관을 통한 반응이라며 러측이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러측은 상황이 발생하자마자 주러시아 한국무관을 불러 영공침범을 부인하고 오히려 한국군의 대응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에서 러측이 신속하게 유감을 표명했다는 보고에 고무되어 사실 확인을 충분히 하지 않고 정무적 판단에서
서둘러 발표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한 러시아 공군무관은 한국측 항의를 가감 없이 본국 정부에 보고해야 하며 본부훈령 없이 어떠한 공식 입장도 표명할 수 없다. 사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러시아 공군무관의 원론적 발언에 대해 국방부에서 희망 섞인 해석을 했거나
통역이 정확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7월 24일 주한
러시아 대사관측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인용한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독도의 분쟁지역화 가능성
일본의 횡포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던 상당수 국민들은 청와대 소통수석의 발표에 잠시나마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성급한 브리핑은 외교가에서는 웃음거리가 되었을지 모른다.
러시아 공군기의 독도 영공 침범에 대해 한국이 7월 25일
증거를 제시했다. 러측은 무턱대고 영공 침범을 부인할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는데 협조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러시아가 독도는 한국 영토임을 인정했다는 일부 해석에 타당성이 있는가? 이런
해석의 근거는 러측이 한국 항의에 대해서만 반응을 보이고 일본 항의는 묵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측은 영공 침범을 인정하기는커녕 한국군 대응에 대해 항의했다. 러측 발표는 ‘한국의
영공’이라고 하지 않고 ‘다른 나라들의(иностранных государств) 또는 제3국들의(третьих
стран)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라며 영공 국가를 명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영공국가를 복수로 기술했다.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동맹국인 미국 국방부장관이
한국 영공(South Korean airspace)이라고 언급했다고 하지만 그 이후 국무부 대변인은
영공 국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를 회피했다.
이번 사태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보인 태도를 보면 일본이 국제 사회에서 끈질기게 시도해 온 ‘독도의 분쟁 지역화’가 상당히 진전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울한 생각이 든다.
계속되는 방공식별구역 무단 진입
세 번째는 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무시돼 온 방공식별구역(KADIZ)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한국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 있는지 궁금하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의 방위를 위해 영공 외곽 공해
상공에 설정한 것으로 자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면 퇴각을 요청하거나 격추할 수 있다고 사전에 국제사회에 선포해 놓은 구역이다.
그간 한국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침범이 있을 때마다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지만 시정은커녕 상황은 악화되는 추세이다. 러시아 공군기는 지난달에 이어 8월 8일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또 다시 무단 진입했다. 이번에는 러시아
공군기가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머무른 시간이 매우 짧았고 대부분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머물렀다는 이유로 우리 군은 무단 진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고
일본 측 발표로 알려졌다.
이런 미온적인 태도로는 러시아 또는 중국의 무단 진입을 억지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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