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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퍼스트레이디상(像)을 위하여/이강원(김승영 회원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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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5-10 15:59 조회1,5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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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을 한달여 앞둔 대통령 당선자의 행보가 빨라졌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기대감 맥박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어떤 지도자를 맞느냐에 따라 국운의 페달이 얼마나 안타깝게 헛돌고 있었는지, 국민 정서의 숨통이 얼마나 무자비하게 흔들렸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새 정부에 거는 국민의 염원은 간절함을 넘어서 절절하기까지 하다.

이때 우리가 잊지 않고 챙겨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대통령 부인의 역할을 되짚어 보고 재설정하는 일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명박 당선자 부인 김윤옥 여사가 청와대 입성을 앞두고 퍼스트 레이디 수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쯤 어떤 계획을 세우고 어떤 다짐을 새기고 있는지 궁금하다. 새 퍼스트 레이디는 예전 중전 간택처럼 까다롭고 복잡하지는 않더라도 국민의 간택을 통과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를 다시 한번 가다듬었으면 한다. 또 역대 대통령 부인은 물론 외국의 퍼스트 레이디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비교분석하기를 권한다. 퍼스트 레이디는 지도자와 가장 가까운 참모이자 보좌관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건 늘 뜨거운 감자처럼 관심의 집중조명을 받는다.

이제 퍼스트 레이디가 대통령 뒤에서 그림자연하며 머무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나선다는 말이 두려워 그저 무색무취로 지내며 형식적인 역할에 머무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좀 비약한 비교일 수 있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미 퍼스트 레이디가 남편의 뒤를 이어서 새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미국의 힐러리를 비롯해서 대통령 후보 0순위가 적지 않은 것이 요즘의 새로운 정치 풍속도다. 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활약이 불꽃처럼 번지는 큰 변화의 물결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의 대통령 부인도 예리한 정치 감각은 물론 세계를 아우르는 열린 시각과 함께 5년 동안 자신이 수행할 임무를 가슴에 뚜렷하게 각인시키고 청와대 빗장을 열었으면 한다.

퍼스트 레이디는 어느 커리어보다도 중요하고 어느 스타보다도 많은 화제를 유발할 수 있는 자리이면서, 여성으로서 큰 성취욕을 실현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권력 최정점에 가장 가까운 자리 아닌가. 그래서 늘 거센 바람이 일기 마련이고 국내외에서 비평의 칼을 숨긴 많은 시선을 지척에 두고 지내야 한다.

대통령 부인은 육아, 여성과 노인의 복지 등 살펴야 할 곳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는 21세기의 종교에 비유할 만큼 국운을 일으킬 큰 무기이다. 나는 대통령 부인이 우리 문화를 알리는 발신지이자 송신탑이었으면 한다. 또 연초엔 그 해의 계획을 발표하고 홍보해서 국민에게 자신의 역할을 알리고 희망 에너지를 심어주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재임 5년 내내 건전한 비판의 채찍을 베갯머리에 놓아두어 가끔 대통령이 부인으로부터 야단맞는 소리가 청와대 담을 넘어와도 좋겠다.

우리 국민도 이제 조용한 그림자 내조 운운하며 시간만 채우고 내려오는 퍼스트 레이디상(像)은 벗어던지자. 건국 60년 동안 우리는 8명의 대통령 부인을 만났다. 그러나 기억나는 건 한복을 입고 해외순방 시 손 흔드는 모습과 자식이 부정에 연루되어 근심에 잠긴 모습뿐이다.

이제 우리는 한국 여성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국빈(國賓) 방문이나 큰 국제회의 기간에도 형식적으로 짜인 자선쇼 대신 자국의 문화보따리를 현명하게 펼치고, 애국심 앞에서는 슬기로운 여우가 되어 나서기와 물러서기를 주저하지 않고, 잠시의 오해나 혹평 앞에 의연히 맞서는 배포를 가진, 그래서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펼칠 수 있는, 그런 퍼스트 레이디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박수를 쳐주자.

이강원 세계장신구박물관장·시인

조선일보/2008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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