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임한택 /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의 현금화 사태, 정부가 결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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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07-14 10:15 조회95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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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의 현금화 사태, 정부가 결단해야

임한택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전 외교부 조약국장
법원, 일본 징용기업 현금화 임박
파국 막을 방안 이제는 제시해야
대법원은 2018년 10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억원의 위자료를 지불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한국에서 진행 중인 일본 징용 기업들 자산에 대한 압류 신청은 약 10건이다. 이르면 8월 4일부터 현금화를 위한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본은 현금화가 한·일 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한국 측이 현금화를 단행하면 보복 조치를 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원고들과 일본 징용기업들이 직접 합의하는 방안, 한국의 청구권 수혜 기업과 일본 징용기업들의 기금 조성 방안, 한국 정부 또는 수혜 기업이 우선 대위변제하고 추후 일본 징용기업들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은 일본 징용기업들의 법적 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일 기본관계조약과 청구권 협정에 기초한 ‘1965년 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밖에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문희상 안과 유사한 윤상현 안이 있다. 즉, 한·일 기업의 자발적 성금과 양국 국민의 성금으로 배상금을 지불하는 방안이다. 일본의 책임을 희석해 일본 정부의 호응을 유도하는 방안이지만, 바로 그 점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와 국민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방안으로 청구권 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또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 제3자가 공정하게 판정하도록 하자는 방안이 있다. 문제는 양국이 중재위원회나 ICJ 회부에 합의하더라도 이를 위해서는 소송 취지를 양국이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일본의 제국주의 침탈이나 강제징용의 국제법상 위법성을 판단 받기를 원할 것이다. 반면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이 청구권 협정에 포함됐는지만 판단 받길 원할 것이다. 그래서 청구 취지에 합의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설령 청구 취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중재위원회나 ICJ에 간다 하더라도 청구권 협정 교섭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과 협정 이행에 관한 후속 실행을 보면 결과를 낙관하기 쉽지 않다.
만약 한국이 현금화를 감행한다면 일본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다. 예컨대 한·일 투자보장 협정 위반을 구실로 국제투자 분쟁해결기구(ICSID)에 회부하거나, 한국이 응하지 않더라도 ICJ에 일방 제소해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려 할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한국 정부가 용단을 내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우리 스스로 이행하는 방안이다. 고육책(苦肉策) 같은 출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수혜기업 및 일본 징용 기업의 자발적 기여와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약속이 반드시 확보돼야 할 것이다.
설령 과거 정부가 맺은 협정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국가로서 이를 포용함으로써 우리의 자긍심과 일본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보여 줄 수 있다.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의 진상 규명과 사죄 및 후세에 대한 교육을 요구하며 한국 정부가 직접 구제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중국도 전후 일본에 대한 배상 요구를 포기하고 ‘덕으로 원한을 갚는다’(以德報怨)는 입장을 채택했다. 싫다고 이사할 수도 없는 일본은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웃이다. 이것은 인접국인 한·일 양국의 숙명이다.
증오와 불신을 계속 미루거나 영속시키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매듭짓는 국민적 결단이 필요하다. 지도자의 용기와 국민의 지지를 결집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임한택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전 외교부 조약국장
이와 관련, 국내에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원고들과 일본 징용기업들이 직접 합의하는 방안, 한국의 청구권 수혜 기업과 일본 징용기업들의 기금 조성 방안, 한국 정부 또는 수혜 기업이 우선 대위변제하고 추후 일본 징용기업들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은 일본 징용기업들의 법적 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일 기본관계조약과 청구권 협정에 기초한 ‘1965년 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밖에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문희상 안과 유사한 윤상현 안이 있다. 즉, 한·일 기업의 자발적 성금과 양국 국민의 성금으로 배상금을 지불하는 방안이다. 일본의 책임을 희석해 일본 정부의 호응을 유도하는 방안이지만, 바로 그 점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와 국민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방안으로 청구권 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또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해 제3자가 공정하게 판정하도록 하자는 방안이 있다. 문제는 양국이 중재위원회나 ICJ 회부에 합의하더라도 이를 위해서는 소송 취지를 양국이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일본의 제국주의 침탈이나 강제징용의 국제법상 위법성을 판단 받기를 원할 것이다. 반면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이 청구권 협정에 포함됐는지만 판단 받길 원할 것이다. 그래서 청구 취지에 합의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설령 청구 취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중재위원회나 ICJ에 간다 하더라도 청구권 협정 교섭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과 협정 이행에 관한 후속 실행을 보면 결과를 낙관하기 쉽지 않다.
만약 한국이 현금화를 감행한다면 일본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다. 예컨대 한·일 투자보장 협정 위반을 구실로 국제투자 분쟁해결기구(ICSID)에 회부하거나, 한국이 응하지 않더라도 ICJ에 일방 제소해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려 할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한국 정부가 용단을 내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우리 스스로 이행하는 방안이다. 고육책(苦肉策) 같은 출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수혜기업 및 일본 징용 기업의 자발적 기여와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약속이 반드시 확보돼야 할 것이다.
설령 과거 정부가 맺은 협정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국가로서 이를 포용함으로써 우리의 자긍심과 일본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보여 줄 수 있다.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의 진상 규명과 사죄 및 후세에 대한 교육을 요구하며 한국 정부가 직접 구제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중국도 전후 일본에 대한 배상 요구를 포기하고 ‘덕으로 원한을 갚는다’(以德報怨)는 입장을 채택했다. 싫다고 이사할 수도 없는 일본은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웃이다. 이것은 인접국인 한·일 양국의 숙명이다.
증오와 불신을 계속 미루거나 영속시키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매듭짓는 국민적 결단이 필요하다. 지도자의 용기와 국민의 지지를 결집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임한택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전 외교부 조약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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