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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박병환 / 일본 기업 징용 배상 판결 이행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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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07-29 12:16 조회6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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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한마디] 일본 기업 징용 배상 판결 이행에 대한 단상

천지일보 (newscj@newscj.com)

승인 2020.07.26 18:16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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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4일이면 우리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 기업의 압류된 자산을 현금화하는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한다. 만일 우리 측이 현금화를 강행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된다.

우리 대법원은 2018년 10월 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 뒤 2019년 7월 일본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우리의 첨단산업에 필요한 소재, 부품 및 장비의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취했고 이에 대해 국내에서는 일본산을 대체하는 조달 방안을 놓고 소동이 벌어지고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으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연장 문제가 한국과 미국 사이에 갈등을 야기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으로 사사건건 일본과 마찰을 빚어왔다. 이런 사태의 배경에는 현 정부의 정치적 득실 계산도 있었을 것이고 큰 틀에서는 한국의 일본에 대한 상대적인 국력이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와는 크게 달라짐에 따라 그동안 억눌렸던 민족적 자존심의 발로가 그 기저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과의 갈등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 미국이 우리 편을 들어줬는가? 국제사회가 우리와 연대했는가? 불행한 역사를 정의의 이름으로 정산하겠다? 인류 역사상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의는 무기력할 뿐이었다. 일제 잔재 청산의 구호가 해방 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일제가 우리 민족의 의식에 심어놓은 식민사관 내지 반도사관이라는 가장 심각한 독은 제거하기는커녕 손도 못 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왜 우리는 일본에 대한 분노를 격정적으로 토로하기만 하고 조용히 와신상담하지 못하는가?

작년에 일본이 소재, 부품 및 장비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자 한국에서는 기술독립을 선언했고 그간 성과도 있었다고 한다. 왜 진작부터 기술독립을 추진하지 않고 일본에게 당하고서야 그런 노력을 하는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50여년이 지났지만 기술 격차에서 비롯된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 구조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내 일본상품 매장이 한산해졌고, 한국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어 일본에서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일본인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8월 29일은 국치일이다. 즉 한일합방이 공식 발표된 날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인들 가운데 얼마나 그 날을 기억하고 있을까? 또한 그 날 극일의 결의를 다지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될까? 기록에 따르면 1910년 그 날에도 대한제국의 극소수 엘리트의 소극적인 반발이 있었을 뿐이고 관리들과 백성들 대부분은 여느 날처럼 조용히 지냈다고 한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우리 언론은 우경화, 재무장, 군국주의 부활 등을 이야기하며 일본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경종을 수없이 울렸다. 그런데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이미지는 항상 최상위권에 있고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안보에 있어서 은근히 일본이 미국의 짐을 나눠지기를 기대하는 눈치이다. 또한 미국은 독도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 독일과는 달리 일본이 이웃들에 대한 침략의 역사 특히 조선인에 대한 억압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것도 알고 보면 미국이 기본적으로 유태인과 조선인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국제사회가 우리 편일 수 있다는 기대는 환상이다. 국제사회는 결코 약자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는 역사가 보여 준 국제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과거사 문제 가운데 특히 징용 배상 문제는 1965년 대일 청구권 협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나간 일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정부 간 합의에 대해서는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면이 있다. 앞서의 합의를 뒤집고자 한다면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양국 간의 역학관계를 바꾸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좋으나 싫으나 일본은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이웃 나라이다. 중국만큼이나 일본과의 경제 교류는 우리에게 긴요하다. 모든 국가 간 관계가 그렇듯이 한일 관계도 개별 이슈를 떼어서 논의할 수 있는 단선적인 구조가 아니라 많은 이슈가 연결돼 있다. 징용 배상 문제에 있어 우리 측이 단지 일본의 반발에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꺼려해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가져다주는, 비생산적인 마찰을 계속 이어만 가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도움 되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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