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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현 / Good guy, bad 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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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11-08 15:27 조회1,1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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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guy, bad guy

서용현 전북대 교수

황용식 대사님의 최근 ‘외교광장’ 기고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해석>은 통찰력 있고 박력 있는 글이었다고 봅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맞습니다. 조폭에게 끌려가도 정신을 차리고 “죽으면 죽고 살면 산다”의 각오로 임하면 조폭이 겁 먹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징기스 칸이 증인입니다.

황 대사님께서는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의견 불일치에 관하여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역할 분담”으로 해석하셨습니다. 동감합니다. 이와 관련,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협상론”을 가르칩니다. 협상론에서 미국 학자들은 이러한 ‘의도적 불일치’가 ‘강압적 협상술’의 일환으로 취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가르칩니다. 이른바 라는 술책(tactic)입니다.

예를 듭시다. 군사정부 시절 반정부 학생이 남산(중앙정보부)에 붙잡혀 갑니다. 그러면 인상이 더러운 취조관이 친구들을 불으라고 하면서 구타, 물고문 등으로 학생을 반쯤 죽입니다. “너는 오늘 내 손으로 죽을 줄 알아”하면서 말 고문도 합니다. 이게 bad guy입니다. bad guy가 나가면 온화한 모습의 다른 취조관이 들어옵니다. good guy입니다. 그는 “저 녀석(bad guy)은 왜 성격이 저 모양인지 몰라”하면서, 학생에게 “아프지? 목말라?”하면서 물과 음식도 갖다 줍니다. 학생은 눈물이 핑 돌면서 고마워 합니다. good guy는 학생에게 “아무 것도 불지 않고는 여기서 못 나가. 그러니 나한테 조금만 얘기하면 내가 그걸로 무마하도록 해 볼게”라고 한다. 학생은 분다. 얼마 후 bad guy가 다시 들어온다. “너 나한테는 안 불고”.. 다시 무서운 고문.. 학생은 이미 일부 불었으므로 자포자기해서 막 붑니다..

미국의 부시행정부 때에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각각 good guy, bad guy의 역할을 수행했던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공화당 정권이 이런 잔머리 술책에 특히 강합니다. 이번의 트럼프 정권에서는 트럼프가 연기(포퓰리즘)를 좋아하기 때문에 직접 bad guy 역할을 자청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Good guy, bad guy는 연기(演技) 측면에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성과는 별루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부시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멍들고 이락에서 죽 쑤지 않았습니까? 물론 부시의 재선(再選)이라는 국내정치적 단기차익을 얻기는 했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 전체가 쇠퇴의 길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즈음 미국은 돈에 미쳤습니다. ‘단기차익’ 내지 ‘이기는 것’에 미쳤습니다. 비즈니스 스쿨에서도 이것만 가르칩니다. 인수합병(M&A)에 의해 상대를 ‘먹는 것’만 가르칩니다. 국내정치에서는 포퓰리즘에 미쳤습니다. 이렇게 먹는 것만 밝히면 복부비만에 걸리는데.. 먹는 것에 쏠리다 보면 장기적 미래를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2차대전 직후의 미국은 멋있는 나라였습니다. 꿈, 이상, 그리고 신선함과 순진함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실종되었습니다.

Good guy, bad guy는 <잔머리 외교>입니다. 이런 외교는 점점 안 통합니다. 다른 선수(player)들이 눈치를 채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가게들이 저마다 “공짜, 공짜”하면 누가 믿습니까? 이제 잔머리 외교, 단기 차익 외교를 하지 말고 시야가 넓은 외교, 덕(德)이 있는 외교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세계의 리더가 되어야 할 큰 나라일수록 이런 외교를 안 합니다. 모두들 “이기기 위한 외교”에 몰두합니다. 오늘의 ‘상호의존의 시대’에 “이기는 것이 지는 것”이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입니다. 이제 세계는 공존, 공멸의 세계입니다. “같이 죽고 같이 산다”입니다. 그런데 세계는 역(逆)으로 가고 있습니다.

오늘의 세계에 리더십이 있는가? 의문입니다. 물론 수퍼 파워는 있습니다. 미국입니다. 그러나 힘이 있다고 리더는 아닙니다. 옛날에 훈(Hun)족이 유럽을 휩쓸었다 해서 훈족을 리더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확보한다는 의사와 능력이 있어야 리더입니다. 지나치게 이기주의에 경사하지 않아야 리더입니다. 오늘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에 대한 회의(懷疑)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이 경제적 이기주의와 잔머리에 경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게 호소합니다. 보다 거시적인 시야를 가지고 행복한 세계,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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