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럼프의 덫… 김정은 핵포기만 남았다 입력 2018-03-29 17:03:18, 수정 2018-03-29 21:30:54 국제법에 국제분쟁의 평화적 또는 강제적 해결의 원칙이 있다. 국내외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난 4반세기가 넘도록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실패했다고 말한다. 필자의 해석은 다르다. 국제사회가 대화(협상)와 압박이라는 투 트랙 접근법으로 평화적 수단을 대부분 동원했고 그 효과가 나타날 마지막 단계에 왔다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다.
흔히 트럼프를 품격과 지성을 결여한 대통령이라 평하지만 필자는 일찍부터 상당한 전략가로 보아왔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였다. 그 특유의 트위팅을 통해 김정은을 욕하기도 하고 대화할 친구라고 치켜세우기도 했으며, 중국에게 대북압박과 통상문제 교환 가능성을 풍기는가 하면 대북 군사공격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예측불허의 전략을 구사하는 트럼프의 트랩에 김정은이 말려든 상황이 되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통상적인 외교에서 양국 간 정상회담은 중대 현안일수록 사전 실무협의를 통해 개략적 합의 또는 상당한 합의 가능성이 도출될 때 가능해진다. 이번엔 거꾸로 정상회담 개최 합의가 먼저 나오고 걸려 있는 이해관계가 크다는 점에서 그 준비기간에 최종합의 구도가 그려지지 않으면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한 번 샀던 말(horse)을 두 번 사지 않는다’는 미국이 세 번 살 리 만무하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사전에 분명히 하고 회담에 나오라는 얘기다. 김정은의 선택 여지는 매우 좁다. 트럼프와 회담을 하려면 비핵화를 먼저 약속해야 한다. 헌법 전문에 명기한 ‘핵보유국’을 수정하는 일은 독재자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북 정상회담은 물건너갈 것이고, 원점으로 돌아가 북한은 ‘북핵의 역설’이 현실화되는 운명을 맞을 것이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얼마가 될지 모르나 반대급부를 받아 체제를 겨우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이호진 전 유엔 군축자문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