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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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뒤에 숨은 에너지 문제 고찰… 남북협력 새로운 길 모색

권세중/선인/2만5000원

북한 에너지, 미래를 위한 협력과 도전/권세중/선인/2만5000원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까.

한반도의 밤을 찍은 위성 사진에서 북쪽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밤이 되면 한반도의 남과 북은 그 극명한 차이를 우주에서도 볼 수 있다. 휴전선을 경계로 남쪽은 찬란히 빛나지만 에너지난의 북쪽은 평양을 제외하곤 불빛을 찾아보기 어렵다. 분단 75주년을 맞는 남북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데이터 분석업체 월드 데이터 랩은 위성 사진의 불빛을 통해 북한의 경제 규모를 분석했다. 그 결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0대 빈곤국 수준인 1400달러로 추산됐다.

북한만 어둠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과 김정은(국무위원장) 체제에 대한 우리 이해도 아직 위성 사진의 북쪽만큼이나 컴컴함 속에 머물러 있다.

외교부 북극협력대표로 현직 외교관인 저자(사진)는 에너지라는 키워드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불빛을 비춘다. 핵과 인권이라는 이슈 너머에 있는 북한의 실체에 한 걸음 다가가게 한다. 우리에게처럼 북한에도 에너지는 체제를 움직이는 불가결한 힘이다. 북한의 에너지를 둘러싼 정치군사적, 사회경제적 이슈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응에 실패한다면 한반도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기는 쉽지 않다.

북핵 문제도 이런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재래식 군비의 열세를 만회하는 등의 군사안보적 효용성과 함께 경제를 가동하는 혈맥인 전력(電力)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원자력 이용의 목적도 있었다는 점이다. 일정 부분에서 북한의 에너지 문제가 북핵 문제의 원인이자 결과인 셈이다.

저자는 1990년대 초반부터 김정은 체제까지 20여년간 북한의 에너지 현황과 정책 변화, 대외 협력을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북한의 에너지 전략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향후 북한의 에너지 전략과 관련해 북한도 친환경 재생에너지와 같은 녹색에너지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북한의 인식 전환은 기존 석탄과 수력에 의한 에너지 공급확대는 심각한 에너지난 타개를 위한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자각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남북 에너지 협력에서 북한의 현실상 대규모 사업보다는 개별 지역 단위의 시범협력이 효용성을 가질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저자는 “북핵 문제의 기술적인 이슈 자체에만 집중해서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더 어렵고 북핵 문제 이면에 있는 북한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북한 리스크를 관리하며 중장기적으로 평화정착과 통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유인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고 물은 뒤 “그것은 에너지”라고 자답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