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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 빅 아이런드(Big Island)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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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169회 작성일2020-08-19 14: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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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아이런드(Big Island)를 찾아서

 

 

 

이경구 주센다이 총영사

 

 

   2 15 12시 반에 우리 부부는 딸네 식구들을 따라 Delta 1047편에 올랐다. 시애틀에서 출발하여 하와이주의 제일 큰 섬인 빅 아이런드(Big Island) 서쪽 해변에 있는 코나 국제공항(Kona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하니, 하와이 시각 오후 5시가 넘었다.

 

   우리 일행은 사위가 운전하는 렌터카를 타고 남행 11번 고속도로를  달려서 밤에 파할라(Pahala)의 뒷산에 있는 농촌 민가에 도착하였다. 딸이 인터넷으로 찾은 숙소인데, 산속에 2층으로 지은 전망이 좋은 산장이다. 우리 가족은 라면으로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딸과 사위는 여행 목적을 구상하였다. 첫째,  ‛하와이 볼케이노즈 국립공원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의 방문이다. 지구를 만든 창시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둘째,  ‛하와이 왕국(Hawaiian Kingdom)’의 유적 탐방이다. ‛역사는 삶의 해설서’라는 말이 있다. 셋째, ‛알로하의 참뜻(true meaning of aloha)’을 알고 싶다. 하와이 문학에 관심이 있다.

 

   하와이 여행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내가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청명하다. 아래쪽 산자락에는 커피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가지마다 싱싱한 열매가 달려 있다. 손자들이 밖으로 나오자, 때 마침 닭들도 숲 속에서 나온다. 아침을 들라는 딸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우리 가족은 차로 산간 도로를 내려오자, 11번 고속도로를 타고 하와이 볼케이노즈 국립공원으로 향하였다. 검정 화성암이 널려 있는 벌판 사이의 도로를 달리다가 바른쪽 길로 들어가니, 킬라우에아(Kilauea) 방문객 센터가 보인다. 킬라우에아는 높이가 4,090피트가 되는 순상 화산(Shield Volcano)이며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화산 중의 하나란다. 

 

   관광객들을 따라 방문객 센터로 들어가니, 킬라우에아 화산이 용암을 분출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분화구에 용암이 고여 있는 칼데라며, 산봉우리 위로  치솟는 불기둥이며, 계곡을 따라 흐르는 용암의 강이며, 분화구가 내뱉는 뭉게구름이 진풍경이다. 킬라우에아 칼데라 주위의 분화구 테두리 길(Crater Rim Dr)로 나와서 칼데라가 내뿜는 연기를 목격하였다.

 

   킬라우에아 칼데라 안에는 크레이터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할레마우마우 분화구 (Halemaumau Crater)이고 다른 하나는 이키 분화구(Iki Crater)란다. 하와이 신화에  따르면, 할레마우마우에는 펠레(Pele)라는 ‛불과 화산의 여신’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마담 펠레(Madame Pele)라고 부르는데, 그 여신이 하와이 제도를 만들어 낸 창시자라 한다.   

 

   우리 일행은 동쪽에 있는 힐로(Hilo)를 향해서 11번 고속도로를 달렸다. 와일로아강 주립공원을 찾아갔더니, 카메하메하 대왕 동상(King Kamehamehas Statue)이 금빛 망토를 두르고 왼손에는 기다란 창을 쥐고 오른팔을 앞쪽으로 쭉 뻗고 서 있다. 대왕은 하와이 제도를 하나의 왕국으로 통일한 위대한 전사요 외교관이자 지도자란다

 

   기록에 따르면, 탐험가요 지도 제작자인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이 1778년에 하와이 제도를 처음 발견하였다. 그 당시 카메하메하 대왕은 추장들과 부족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대왕은 그 후 다시 찾아온 영국인들과 교섭을 벌여서, 영국인 방문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대포와 검과 머스킷 총을 지원받아, 1810년에 하와이 제도를 통일하였다.

 

   하와이 여행 셋째 날은 ‛마우나 로아 마카다미아 너트(Mauna Loa Macadamia Nut)’를 맛보러 간다면서 사위가 가족을 차에 태우고 북행 11번 고속도로를 달렸다. 케아우(Keaau)를 지나니, 마카다미아 드라이브 입구가 나온다. 마카다미아 나무가 우거진 도로를 달리니, MAUNA LOA’라는 캐릭터가 나타난다. 하와이 지방의 대표적 산물의 브랜드이다. 그 이름은 하와이섬의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고 높이가 13,679피트이며 세계에서 가장 광대한 활화산인 Mauna Loa에서 유래한다.

 

   지붕이 하얀 방문객 센터로 들어가 회사 제품들을 구경하고 창문을 통해서 공장 내부도 견학하였다. 아내가 시카고에 사는 손자에게 주려고  MAUNA LOA’를 샀는데, 비닐봉지 겉면에 ‛Dry Roasted Macadamias with Sea Salt’라고 쓰여 있다. 기름을 쓰지 않고 볶은 마카다미아란다. 팸플릿에는 맛이 “a unique crunch” 하다고 쓰여 있다.  너트를 입에 넣었더니 오도독오도독 씹힌다.

 

   우리 일행은 11번 도로로 나와 남쪽으로 달리다가 ‛타이 타이(Thai Thai)’라는 식당에 들러 태국식 점심을 먹었다. 다시 차를 타고 파할라 남쪽 해안에 있는 푸날루우 블랙 샌드 비치(Punaluu Black Sand Beach)를 찾아갔다. 사위네 식구들은 물속에 들어가 마음껏 수영을 즐겼다. 짙푸른 태평양을 바라보니, 너울성 파도가 밀려오다가 비치에 가까이 와서 부서지는 광경이 일품이다. 흑색 모래가 바닷물에 젖으니, 보석처럼 빛난다.

 

   하와이 여행 넷째 날인 2 18일 아침이 밝았다. 우리 가족은 산장 주인에게 작별을 고하고 산간 도로를 내려와 남행 11번 고속도로에 올랐다.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장 가운데로 난 도로를 달리다가, 왼쪽 사우스 포인트 로드로 빠져서 미국의 최남단인 사우스 포인트(South Point)에 다다랐다.

 

   이곳이 서기 750년 경에 폴리네시아인들이 처음 하와이로 어쩌면 카누(canoe)를 타고 이주해 왔을 때, 상륙한 곳이란다. 하와이말로 ‛카 라에(Ka Lae)’라고 하며, the point’라는 뜻이란다. 우리 모두는 바다의 절벽 위에 서서 태평양의 공기를 마셨다. 빛깔이 그렇게도 푸른 바다는 처음이다. 그린 샌드 비치(Green Sand Beach)가서 녹색 해변도 밟았다.

 

   우리 일행은 하와이 여행 닷새째 아침을 서쪽 바다 키아후 만에 있는 셰러턴 코너 리조트 앤드 스파(Sheraton Kona Resort & Spa)에서 맞았다. 식구들이 바다가 보이는 식당으로 내려오니, 남자 종업원이 “Aloha!” 하고 반긴다. 누구나 아는 하와이말인데, 나는 뜻이 냉큼 생각나지 않는다. 야자수가 우뚝 서 있는 바닷가를 바라보며 아침을 먹었다.  

 

   호텔 방에 와서 팸플릿을 찾아보니, Aloha: hello, good-bye, love”라는 말이

 

나온다. 여러 가지 인사말로 쓰이는데, 그 말에는 하와이의 전통적 가치관인 사랑과 관용이라는 뜻이 담겨 있단다. 팸플릿의 커피점 그림에는 “Stop by and say: Aloha!”라는 글이 쓰여 있다. 관광객을 끄는 매너가 멋있어 보인다. 우리는 호텔 앞에서 트롤리를 타고 구경을 나섰다. 지대가 높은 시가지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유람선이 떠나간다.

 

   하와이 여행 엿새째 날이 되었다. 이날은 사위가 딸과 우리 부부를 훌리헤에 궁전(Hulihee Palace) 앞에 내려놓고 손자들과 함께 해수욕장으로 갔다. 딸과 더불어 궁전 안으로 들어가니, 직원이 한국 사람이냐고 물으며 「홀리헤에 궁전 - 궁전의 역사와 내용」이라는 한글 팸플릿을 준다. 이 궁전은 왕족들이 휴양지로 사용했단다. 진열장에는 왕들의 소장품이 보관되어 있다. 하와이 왕국의 카메하메하 1세가 썼던 창들도 있는데, 그 중 가장 긴 것은 22피트란다.

 

   궁전 2층 벽에는 카메하메하 1세부터 8대이자 마지막 군주인 릴리우오칼라니 (Lili'uokalani) 여왕까지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하와이 왕국의 보물(Treasures of the Hawaiian Kingdom)』이라는 책에 보니, 릴리우오칼라니는 1891년에 왕위에 즉위하여 1893 1월에 쫓겨났다. 여왕은 “Hawaii for the Hawaiians”라는 기치를 내걸고 미국과의 합병 반대 운동을 열렬히 전개하였다. 하지만 하와이 왕국은 1898 7월에 미국에 합병되었다.

 

   그 해 릴리우오칼라니는 『하와이 여왕의 하와이 이야기(Hawaiis Story by Hawaiis Queen)』”이라는 회고록을 발간하였다. 하와이 역사와 자신이 왕위에 올랐다가 쫓겨나는(deposed)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또 「알로하 오에(Aloha 'Oe)」라는 노래를 하와이 말로 작사 ∙ 작곡하였다. 그 후 그녀는 정부 연금으로 살았단다.

 

   나는 도서실로 가서 컴퓨터로 「Aloha 'Oe」를 찾았더니, 하와이 원주민들이 기타같이 생긴 민속 악기를 치면서 하와이말에 영어를 섞어서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 바탕 화면에 나타났다. 곡이 애틋하게 들린다. 작사자가 영어로 번역했다는 가사도 찾았다. 곡의 제목이 「Farewell to thee」이다. “그대여, 안녕!”이란 뜻이다. 노래의 연마다 첫째 행은 “Farewell to thee”로 시작하여 마지막 행은 “Until we meet again”으로 끝난다. 노래가 연인들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노래인데, 작사자의 신상에도 어울려서 미국 전역으로 번졌단다. 

 

   하와이 여행 마지막 날인 2 21일이 돌아왔다. 온 가족이 호텔 수영장에서 지내다가, 오후에 코할라 해안에 있는 킹스 쇼프 (Kings' Shops)에 들렀다. 알로하 스타일 셔츠와 코아 재목(Koa wood)으로 만든 가구가 눈길을 끌었다. 해질녘에 바닷가의 레스토랑으로 가서, 사위가 초대한 고등학교 여자 동창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사위 여자 동창이 우리를 만나서 기쁘다고 하기에, 내가 “Aloha!” 했더니, 모두가 웃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수집한 자료를 가방에 챙겨 넣었다. 우리 일행은 공항으로 차를 달렸다. 나는 입속말로 “알로하 오에” 하며 손자들을 따라 시애틀행 여객기에 올랐다(202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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