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구 / 하지(夏至)를 맞이하여
페이지 정보
조회 조회 94회 작성일2021-08-25 10:53:05본문
하지(夏至)를 맞이하여...
이경구 전 주센다이 총영사
아침에 내가 컴퓨터로 ‛프리몬트 하지 아트 위크(Fremont Summer Solstice Art Week June 15-20, 2021)’의 첫째 날을 검색했더니, 바탕 화면에 ‛레닌 동상(Lenin Statue)’의 이미지가 나타난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프리몬트 하지 페어를 열수 없게 되자, 주최측은 ‛하지 아트 위크’를 마련했다고 한다.
불가리아의 조각가인 에밀 벤코프가 만든 거대한 레닌 동상은 1988년에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처음으로 전시되었다. 공산당이 무너지자 폐물 하치장에 방치되었던 레닌 동상은 조각 작품에 조예가 깊은 미국인 여행객에게 팔려 선편으로 실려 왔다.
‛프리몬트 하지 아트 위크’의 안내에 따르면, 행사 기간에는 셀프 가이드 아트 워크, 라이브 뮤럴 페인팅, 아트 카, 각종 밴드의 공연, 선데이 마켓, 등 다채로운 행사가 소개된다는 것이다. 프리몬트 하지 페어의 흥미 있는 장면은 청춘 남녀들이 몸에 무지개색 페인트를 칠한 채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행진하는 것인데, 올해는 출연할지 모르겠다.
우리 부부는 10여 년 전에 시애틀에 이민 온 후부터 프리몬트 하지 페어를 2년에 한 번씩 구경하였다. 가장 두드러진 장면은 꽃다운 청춘 남녀들이 얇은 옷을 몸에 걸친 채 자전거를 타고 세계 각지에서 모인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레닌 동상 앞으로 해서 거리를 행진하는 풍경인데, 그중에는 알몸을 페인트로 칠한 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여인도 있었다.
프리몬트에는 유명한 미국 조각가인 리처드 베이어의 대표작인 ‛열차를 기다리며(Waiting for the Interurban)’라는 조각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1978년에 베이어 조각가가 지역 사회의 정체성을 보여 주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창작했다고 한다. 조각 작품의 주인공들인 ‛여섯 사람과 개 한 마리’는 시애틀의 아이콘(city icon)이 되었다.
리처드 베이어 조각가는 ‛대어(大漁): 여자 가슴을 가진 물고기(Big Catch: Fish With Woman’s Breasts)’라는 동상도 만들었다. 우리 딸 사무실의 앞쪽 바닷가 마을에 세워져 있다. 작품인즉 부츠를 신은 남자 노인이 등이 휜 대어의 유방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뒤로 넘어지며 대어와 키스하는 모습인데, 민화를 소재로 했다는 것이다.
데모인의 마린 뷰 드라이브 인근의 바닷가 마을에 한 예쁜 처녀가 살았는데, 미남 어부와 사랑에 빠졌다. 바다의 마녀도 어부를 사랑하고 있었다. 마녀는 처녀에게 주술을 걸어 물고기로 둔갑시겼다. 어부는 바다를 뒤졌지만, 애인을 찾지 못하였다.
어느 날 어부가 바닷가에 나와 물고기를 잡는데, 그물에 큰 물고기가 걸렸다. 물고기가 애인임을 알고 끌어올려 키스를 했더니, 옛날 애인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단다.
오늘은 6월 20일 ‛하지이자 아버지의 날’이다. 우리 부부가 코로나 19 방역 마스크를 쓰고 마을 네거리 버스 정류장으로 나오자, 낯익은 청년이 “해피 파더스 데이(Happy Father’s Day) 하고 인사한다. 고맙다고 답례하고 마린 뷰 드라브행 버스에 올랐다.
우리 부부는 바닷가 마을 입구에서 내려 공원 안으로 들어 갔다. 리처드 베이어의 ‛대어: 여자 가슴을 가진 물고기 동상’에 경의를 표하였다. 작품의 주제가 정말 좋다. 딸의 사무실에 들러 화단에 자란 잡초를 뽑았다.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