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구 / 옐로스톤 국립공원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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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74회 작성일2021-12-08 10:07:59본문
옐로스톤 국립공원 여행기
이경구 전주센다이 총영사
코로나 19 제2차 대유행에 아랑곳없이 우리 일행은 7월 11일 아침 9시에 승용차로 옐로스톤 국립공원 서쪽 입구를 통과하였다. 우리는 모두 코로나19 방역 마스크를 썼다.
자료에 보니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면적은 대략 9,000평방 km이란다. 사위는 와이오밍주의 매디슨 강변 도로를 달렸다. 큰 외손자는 대학 숙제를 하느라고 아이다호주 아이런드 파크시의 마리오트 본보이 호텔에 남았다. 매디슨 강변에는 엘크(elk)의 무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강변 너머에는 초원이 펼쳐지고 초원 너머에는 지평선이 보인다.
우리 일행은 매디슨에서 남쪽으로 난 도로를 탔다. 바른쪽에는 파이어홀강이 흐르고 있다. 왼쪽에는 침엽수가 울창한 야산과 넓은 초원이 번갈아 나타난다. 강가의 초원에는 소같이 생긴 바이슨의 떼가 풀을 뜯고 있는데, 때로는 그중 한두 마리가 도로에 모습을 나타낸다. 관광객들은 바이슨이 도로를 가로질러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다.
사위가 손으로 차창 밖을 가리키기에 보니, 파이어홀강 변에서 수증기가 나오고 있었다. 우리 부부와 딸과 작은 외손자는 강가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광경을 보고 신기해하였다. 우리가 보러 가는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Old Faithful Geyser)은 온천수를 수백 년 동안 내뿜어서 ‛오래된 믿음직한 친구’라고 불린다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대망의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 관람석에 앉았다. 북쪽을 보니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이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푸른 하늘을 향해 올라가며 구름이 되더니, 더욱 높이 치솟으니까 무지개 색깔이 보인다. 관광객들은 ‛오마이 가드! 오 마이! 하고 탄성을 질렀다.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17~21회, 65~90분 간격으로 4만 리터의 온천수가 40~60m 높이로 4분 동안 솟아오른다.
그 다음 날부터 우리 일행은 다 함께 열수 용액의 지형인 어비스 풀(Abyss Pool), 리버사이드 간헐천, 옐로스톤 호수, 옐로스톤강의 그랜드 캐년, 등의 명승지를 찾았다. 큰뿔 양(Bighorn Sheep)의 떼가 초원에서 풀을 뜯는 절경도 보았다. 사위와 딸이 번갈아 운전하며 지도를 보고 안내하였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호수, 간헐천, 온천, 협곡, 끓어오르는 진흙 등 볼거라가 많다고 한다.
마지막 날은 우리 일행이 그랜트 마을(Grant Village)을 방문한 다음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을 다시 찾았다. 외손자들과 나란히 관람석에 앉아 큰 분출을 기다렸다. 간헐천의 수증기가 뭉게뭉게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모습은, ‛인간들이여, 자연을 사랑해 다오!’ 하고 소리치는 같았다. 간헐천이 하늘 높이 치솟자, 관광객들과 외손자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사위는 우리 일행을 차에 태우고 옐로스톤 국립공원 서쪽 입구를 향해 달렸다. 간헐천의 성난 분출 소리가 내 귓전에 맴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이름난 관광지와 산불로 타버린 산림과 마을들을 둘러본 느낌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쓰레기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원 전체가 이발한 것같이 보였다.
내가 세계 최대의 통나무 호텔인 올드 페이스풀 인(Old Faithful Inn)의 서점에서 산,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프로필인『옐로스톤 컨드리(Yellowstone Country)』를 보니, 98쪽 중간에 이런 말이 있다. “I wish to speak a word for Nature, for absolute freedom and wildness” - Henry David Thoreau “Walking,” 1862.
글인즉 ‛나는 절대적 자유와 야성을 위하여 자연을 대변하는 말 한마디 하고 싶다.’라는 뜻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저서인 『Walking』의 첫번째 문장에 나온단다. 소로는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시인이다.
내가 서울에서 72살의 여름을 보내던 때이다. 어느 날 아침에 신문을 보니, 중부 지역에 쏟아진 폭우로 쓰레기가 떠내려와서 서울의 상수원인 팔당호에 거대한 쓰레기 띠가 생겼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때 내 눈에는 길게 휜 쓰레기 띠가 한반도의 지도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가족과 함께 시애틀로 이민 와서 산 지 9년째가 되던 2018년 4월의 일이었다. 내가 서울 여의도의 벚꽃 소식을 듣고 싶어서 컴퓨터로 찾아보니, 바탕 화면에 ‛쓰레기로 몸살 앓는 여의도의 벚꽃축제’라는 제목이 보였다. 벚꽃 소식은 다음과 같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휴일을 맞은 서울 여의도 벚꽃 축제에는 나들이객이 몰렸습니다. 그런데 그 뒷모습은 쓸쓸하기만 한데요. 매해 전해드리는 뉴스인거 같은데, 올해도 양심을 버린 시민들로 쓰레기가 넘쳐난다고 합니다.”
옛 시절을 회고하면 국회도서관은 내 수필의 산실이요 윤중로의 벚꽃길은 내가 심신을 단련하던 곳이었다. 사랑을 받아야 할 벚꽃 축제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니, 나는 여러 가지 느낌이 교차한다.
우리 일행은 매디슨강에 작별을 고하고 아이다호주에 있는 호텔로 돌아왔다. 한 주일 동안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여행이 끝난 것이다. 내일은 위싱턴주의 시애틀로 돌아간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이여 안녕!
[2021. 11 <한국수필> 통권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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