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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세계화인가, 세계의 중국화인가 / 윤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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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1,094회 작성일2011-05-10 1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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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한반도 안보 관련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남·북 국방장관회담이나 6자회담 문제가 중요 현안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 할 때 보다 넓은 시야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 눈앞의 문제에만 매달려 큰 그림을 보지 못하면, 자칫 냉철한 분석보다 희망적 사고에 이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국제정세의 맥락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때그때 좌표를 확인하고 전략적 방향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미·중 관계의 현재 맥락을 정확하게 읽는 일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1991년 소련 붕괴만큼이나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그것은 중국이 이 사건을 미국 권력의 항구적인 쇠퇴 징후로 파악했고, 스스로 세계 대국으로 부상하는 계기로 활용하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후변화협상, 대만 무기판매, 달라이 라마 방미, 위안화,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 공세적으로 나선 것이다. 중국이 수교 이후 20년간 심화된 한·중 관계에도 불구하고 천안함·연평도 공격에 대해 북한 편을 든 것도 미국과의 권력게임 논리에 따라 냉정하게 대응한 때문이었다.

이처럼 침체하는 패권국과 상승하는 도전국 간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국제정치에서 항상 문젯거리였다. 1차대전도 19세기 말 침체하는 영국 세력과 빠르게 성장하는 독일 세력이 정면충돌해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제 미·중 관계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미국은 2차대전 이후 자국이 주도해 만든 자유주의적인 국제 제도와 규범을 중국이 적극 수용하기를 원하며 포용(engagement)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2005년 졸릭(Zoellick) 부장관이 중국을 "책임 있는 관리자(responsible stakeholder)"가 되라고 촉구한 것도 그 맥락이었다.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를 통해 함께 번영하고, 더 나아가 서구적 민주주의 가치를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 여기에 화답할지, 아니면 중국적 세계관에 따라 새로운 질서를 꿈꾸며 도전할지가 불확실하다. 중국의 세계화가 아니라 세계의 중국화를 도모할지 모르는 그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은 대중국 견제정책(hedging)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지난 한 해 미국이 일본·한국·호주·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심화시켜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중국은 과거 19세기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에 당한 침략과 수모로부터 벗어나 이제 세계 대국으로 대접받고 할 말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천안문사태 이후 중국 정부가 고양시켜온 민족주의는 중국의 통합과 공산당 정부에 대한 정통성 강화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사회 내부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커졌고, 인터넷의 발전으로 젊은이들의 애국주의적 발언이 강해졌으며, 이러한 목소리들을 중국 정부가 경청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2012년 정권교체를 앞두고 정치지도자들이 국민에게 약하게 보이는 대외정책을 추구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지속적인 경제발전은 중요하고 이를 위한 미국과의 기본 협력은 유지해나갈 것이지만, 민감한 핵심이익 사안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강하게 나올 것이다.

아쉽게도 지난 1월의 미·중 정상회담은 이러한 양국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데는 미흡했다. 핵심이 미·중 군사대화 재개일 텐데 진전이 없었다. 양국 간에 가로놓인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연합해서 포위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미국은 중국이 서태평양 등 도처에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미래의 평화와 통일은 이런 미·중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만족시키며 타협과 협력을 이끌어낼 것이냐에 달려 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대만 무기판매, 달라이 라마 문제 등에서는 진전이 없었지만, 한반도 안정의 필요성과 북한 우라늄 농축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가 미·중이 바라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이 국방장관회담에서 어떠한 수준으로 작년의 도발에 대해 사과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한국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도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 상반기는 한반도 정세 전개에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 국제정치
(2011. 2. 6.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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