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하던 리비아인들 공습 후 동요 시작… 사재기 나서고, 총든 시민 많아 치안 불안" /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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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1,316회 작성일2011-05-10 19:40:00본문
조대식 駐리비아 대사가 전하는 트리폴리 표정
가스 등 물가 최고 10배 뛰어… 전기·수도 언제 끊길지 불안
외국인들은 2차 \'엑소더스\'
한국기업 사무실에 무장강도… 교민들 문 잠근채 실내생활
"연합군이 카다피 관저를 폭격한 20일 그 일대에서 굉음이 들리며 불길이 치솟았다. 수많은 리비아인이 총기를 갖고 다니기 시작해 치안이 더 나빠지는 것이 걱정이다."
조대식 사진 주(駐)리비아 대사는 24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영국·프랑스 등의 연합군이 지난 19일 군사작전을 개시한 후 매일 해질 무렵과 새벽녘에 공습이 있어 여기 대응하는 총소리가 1시간씩 이어진다"고 했다.
조 대사는 지난달 22일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하러 귀국했다가 리비아 사태가 악화돼 수도 트리폴리로 돌아간 뒤 현지에 머물고 있다. 그는 "리비아 정부군이 시내 곳곳에 대공포를 배치해뒀고, 그 부근에서 야광탄이 터지고 커다란 총소리와 함께 \'팡팡\' 불꽃이 이는 모습도 보인다"고 했다.
조 대사는 "외국인들은 처음부터 겁을 냈지만 트리폴리의 리비아인들은 담담한 편이었는데, 요즘은 그들도 부쩍 심적으로 동요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못 보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습 후 주유소 앞에 자동차가 늘어서기 시작하더니 어제는 차량 50~60대가 행렬을 이뤄 길이 막혔다"고 말했다. 공습으로 원유 저류소(貯留所)가 파괴되면 자동차 연료를 구할 수 없게 될 것을 염려한 사람들이 사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조 대사는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시내 도로는 한산한데 주유소만은 붐비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료품 사정도 나빠지고 있다. 조 대사는 "19일부터 시내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아 완연한 전시 상황에 돌입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문을 연 곳도 있지만 진열대 곳곳이 비어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고 있고, 항공·선박편이 끊겼기 때문에 외국에서 수입하던 물건도 곧 재고가 바닥날 것 같다고 한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 물가는 올랐다. 조 대사는 "취사용 가스는 10배, 차량 임차료는 4~5배 올랐고, 식료품은 30% 정도 올랐는데, 옷 신발 장신구 같은 물건들은 70%씩 세일해서 판다"고 했다. 정세가 불안하니 당장 생활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파는 상점 주인들은 빨리 가게를 정리하고 현금을 확보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1차 대탈출 뒤에 한동안 잠잠했던 외국인 탈출도 다시 시작됐다고 한다. 조 대사는 "아프리카 국가 출신의 근로자들이 특히 많이 남아 있었는데 버스를 타고 귀국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했다. 수단 대사관이 공습 후 매일 버스 10대를 동원해 자국민을 철수시켰고, 방글라데시도 근로자 2만명 중 절반 정도를 돌려보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리비아 교민에게 계속 철수를 권고했다. 지난 15일엔 리비아를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다. 현재 리비아엔 건설회사 직원을 중심으로 한국인 110여 명이 남아 있다.
조 대사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교민들이 많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변해 절반쯤은 이번주 중 철수하길 희망하고 있다"며 "대사관 차량이나 선박을 이용해 외국으로 빠져나가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트리폴리의 한국 기업 사무실에 총기를 든 강도가 난입하는 사건이 또 일어나, 대부분 교민은 문을 걸어 잠근 채 실내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주리비아 대사관엔 조 대사를 포함해 공무원 9명이 남아 있다. 조 대사는 "대사관 밀집 지역이 공습 대상이 된 적은 없지만 치안이 나빠지고 있고 수도나 전기가 언제 끊길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그간 비축해뒀던 쌀과 부식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조 대사는 "아직 대사관 철수를 검토한 적은 없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교민 안전을 먼저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 3. 25)
가스 등 물가 최고 10배 뛰어… 전기·수도 언제 끊길지 불안
외국인들은 2차 \'엑소더스\'
한국기업 사무실에 무장강도… 교민들 문 잠근채 실내생활
"연합군이 카다피 관저를 폭격한 20일 그 일대에서 굉음이 들리며 불길이 치솟았다. 수많은 리비아인이 총기를 갖고 다니기 시작해 치안이 더 나빠지는 것이 걱정이다."
조대식 사진 주(駐)리비아 대사는 24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영국·프랑스 등의 연합군이 지난 19일 군사작전을 개시한 후 매일 해질 무렵과 새벽녘에 공습이 있어 여기 대응하는 총소리가 1시간씩 이어진다"고 했다.
조 대사는 지난달 22일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하러 귀국했다가 리비아 사태가 악화돼 수도 트리폴리로 돌아간 뒤 현지에 머물고 있다. 그는 "리비아 정부군이 시내 곳곳에 대공포를 배치해뒀고, 그 부근에서 야광탄이 터지고 커다란 총소리와 함께 \'팡팡\' 불꽃이 이는 모습도 보인다"고 했다.
조 대사는 "외국인들은 처음부터 겁을 냈지만 트리폴리의 리비아인들은 담담한 편이었는데, 요즘은 그들도 부쩍 심적으로 동요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못 보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공습 후 주유소 앞에 자동차가 늘어서기 시작하더니 어제는 차량 50~60대가 행렬을 이뤄 길이 막혔다"고 말했다. 공습으로 원유 저류소(貯留所)가 파괴되면 자동차 연료를 구할 수 없게 될 것을 염려한 사람들이 사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조 대사는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시내 도로는 한산한데 주유소만은 붐비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료품 사정도 나빠지고 있다. 조 대사는 "19일부터 시내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아 완연한 전시 상황에 돌입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문을 연 곳도 있지만 진열대 곳곳이 비어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고 있고, 항공·선박편이 끊겼기 때문에 외국에서 수입하던 물건도 곧 재고가 바닥날 것 같다고 한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품 물가는 올랐다. 조 대사는 "취사용 가스는 10배, 차량 임차료는 4~5배 올랐고, 식료품은 30% 정도 올랐는데, 옷 신발 장신구 같은 물건들은 70%씩 세일해서 판다"고 했다. 정세가 불안하니 당장 생활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파는 상점 주인들은 빨리 가게를 정리하고 현금을 확보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1차 대탈출 뒤에 한동안 잠잠했던 외국인 탈출도 다시 시작됐다고 한다. 조 대사는 "아프리카 국가 출신의 근로자들이 특히 많이 남아 있었는데 버스를 타고 귀국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했다. 수단 대사관이 공습 후 매일 버스 10대를 동원해 자국민을 철수시켰고, 방글라데시도 근로자 2만명 중 절반 정도를 돌려보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리비아 교민에게 계속 철수를 권고했다. 지난 15일엔 리비아를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다. 현재 리비아엔 건설회사 직원을 중심으로 한국인 110여 명이 남아 있다.
조 대사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교민들이 많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변해 절반쯤은 이번주 중 철수하길 희망하고 있다"며 "대사관 차량이나 선박을 이용해 외국으로 빠져나가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트리폴리의 한국 기업 사무실에 총기를 든 강도가 난입하는 사건이 또 일어나, 대부분 교민은 문을 걸어 잠근 채 실내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주리비아 대사관엔 조 대사를 포함해 공무원 9명이 남아 있다. 조 대사는 "대사관 밀집 지역이 공습 대상이 된 적은 없지만 치안이 나빠지고 있고 수도나 전기가 언제 끊길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그간 비축해뒀던 쌀과 부식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조 대사는 "아직 대사관 철수를 검토한 적은 없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교민 안전을 먼저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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