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마음으로 만나야 파국 막는다 / 윤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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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1,062회 작성일2011-05-10 19:29:00본문
이기적으로 상대에게 부담을 지우려는 게 국제정치의 속성
30년대 대공황이 그 예 G20, IMF가 그나마 대안 우리 책임 막중하다
세계경제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1년 전 피츠버그에서 G20 회담의 서울유치가 결정된 후 금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위기를 벗어났다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하반기로 들어서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경제의 회복이 상당히 느리고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중국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압력이 거세졌고 이제는 공공연히 \'환율전쟁\'이라는 말이 사용될 정도다. 중국정부가 꿈쩍하지 않자, 결국 미국의 연준은 6000억달러의 통화를 추가로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나섰다. 신흥국가들은 미국의 달러가 자국으로 흘러넘쳐 통화를 절상시키고 인플레와 자산가치 버블을 낳을까 걱정이 크다. 브라질은 이미 외국인의 채권구입에 매겨오던 세금을 6%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고, 다른 나라들도 달러 유입을 규제할 방안을 고심 중에 있다.
미·중 갈등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자 자국이기주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70년 만의 최대위기라는 세계금융위기도 그렇지만 그 극복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이처럼 첨예하게 부딪치는 것도 결코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1930년대를 떠올린다.
1929년 뉴욕에서 주가가 대폭락한 후 각 국가들은 서로 이웃 국가의 희생 위에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고자 경쟁적으로 자국통화를 평가절하하고 보호무역을 추구했다. 그 결과 세계무역과 경제가 위축되면서 대공황으로 빠져들었고 모든 국가가 함께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런 와중에 결국 히틀러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 등장해 2차대전이 발발한 것이다. 그나마 국제협력을 모색하려고 열렸던 1933년 런던경제회의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자국경제를 앞세워 협력을 거부하는 바람에 무위로 돌아갔다. 기울어가는 영국은 리더십을 행사할 능력이 없었고, 떠오르는 미국은 리더십을 행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자국이기주의와 보호주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세계경제의 협력 기조를 다져야 할 회의가 G20 서울정상회담이다. 이 회담 의장국 한국 정부의 역할은 막중하다.
무엇보다 폭발성이 강한 환율문제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보다 넓게 거시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데 초점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경주회의에서 나온 \'지나친 불균형을 피하는 방향으로\' 거시경제 정책을 운용한다는 결정을 더 구체화했으면 한다. 특히 G20은 이미 "강력하고 지속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채택했고 각 국가의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상호평가 과정을 갖도록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를 보다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그와 관련하여 IMF의 역할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모든 국가가 이기적으로 상대방에게만 부담을 떠넘기려 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속성이다. 수많은 국가들은 있는데 이를 다스릴 세계정부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딜레마를 해소하는 차선책이 국가 간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에 의탁하는 길이다. 예를 들어 WTO는 무역 분야의 질서를 잡아준다. 소국도 대국의 무역불공정행위에 대해 제소를 하고 시정시킬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최근 10여 년 동안 IMF의 권위가 실추되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나마 이런 제도적 장치에 다시 힘을 실어주어 미국이든 중국이든 세계경제의 규칙을 지켜나가도록 압박해나가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서울회의가 IMF나 도하라운드합의와 같은 국제제도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상당한 공헌이 될 것이다.
또한 세계경제위기의 와중에 소리없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 저개발 빈곤국들이다. 만일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지원하는 것과 관련하여 획기적인 새로운 대안이 한국 주도로 마련된다면, 국제사회의 가교로서의 한국의 리더십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는 세계경제위기 직후에 단합했던 G20 국가들이 이제 서로 갈라서고 있음을 우려하고 이번 서울회의가 \'마음이 만나는\' 회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번 서울회의가 그러한 \'마음이 만나는\' 회의가 되어 세계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국제정치)
조선일보 (2010.11.7)
30년대 대공황이 그 예 G20, IMF가 그나마 대안 우리 책임 막중하다
세계경제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1년 전 피츠버그에서 G20 회담의 서울유치가 결정된 후 금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위기를 벗어났다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하반기로 들어서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경제의 회복이 상당히 느리고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따라 중국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압력이 거세졌고 이제는 공공연히 \'환율전쟁\'이라는 말이 사용될 정도다. 중국정부가 꿈쩍하지 않자, 결국 미국의 연준은 6000억달러의 통화를 추가로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나섰다. 신흥국가들은 미국의 달러가 자국으로 흘러넘쳐 통화를 절상시키고 인플레와 자산가치 버블을 낳을까 걱정이 크다. 브라질은 이미 외국인의 채권구입에 매겨오던 세금을 6%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고, 다른 나라들도 달러 유입을 규제할 방안을 고심 중에 있다.
미·중 갈등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자 자국이기주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70년 만의 최대위기라는 세계금융위기도 그렇지만 그 극복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이처럼 첨예하게 부딪치는 것도 결코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1930년대를 떠올린다.
1929년 뉴욕에서 주가가 대폭락한 후 각 국가들은 서로 이웃 국가의 희생 위에 자국 이익만을 추구하고자 경쟁적으로 자국통화를 평가절하하고 보호무역을 추구했다. 그 결과 세계무역과 경제가 위축되면서 대공황으로 빠져들었고 모든 국가가 함께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런 와중에 결국 히틀러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 등장해 2차대전이 발발한 것이다. 그나마 국제협력을 모색하려고 열렸던 1933년 런던경제회의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자국경제를 앞세워 협력을 거부하는 바람에 무위로 돌아갔다. 기울어가는 영국은 리더십을 행사할 능력이 없었고, 떠오르는 미국은 리더십을 행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자국이기주의와 보호주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세계경제의 협력 기조를 다져야 할 회의가 G20 서울정상회담이다. 이 회담 의장국 한국 정부의 역할은 막중하다.
무엇보다 폭발성이 강한 환율문제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보다 넓게 거시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데 초점을 모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경주회의에서 나온 \'지나친 불균형을 피하는 방향으로\' 거시경제 정책을 운용한다는 결정을 더 구체화했으면 한다. 특히 G20은 이미 "강력하고 지속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채택했고 각 국가의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상호평가 과정을 갖도록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를 보다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그와 관련하여 IMF의 역할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모든 국가가 이기적으로 상대방에게만 부담을 떠넘기려 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속성이다. 수많은 국가들은 있는데 이를 다스릴 세계정부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딜레마를 해소하는 차선책이 국가 간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에 의탁하는 길이다. 예를 들어 WTO는 무역 분야의 질서를 잡아준다. 소국도 대국의 무역불공정행위에 대해 제소를 하고 시정시킬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최근 10여 년 동안 IMF의 권위가 실추되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나마 이런 제도적 장치에 다시 힘을 실어주어 미국이든 중국이든 세계경제의 규칙을 지켜나가도록 압박해나가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서울회의가 IMF나 도하라운드합의와 같은 국제제도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상당한 공헌이 될 것이다.
또한 세계경제위기의 와중에 소리없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 저개발 빈곤국들이다. 만일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지원하는 것과 관련하여 획기적인 새로운 대안이 한국 주도로 마련된다면, 국제사회의 가교로서의 한국의 리더십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는 세계경제위기 직후에 단합했던 G20 국가들이 이제 서로 갈라서고 있음을 우려하고 이번 서울회의가 \'마음이 만나는\' 회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번 서울회의가 그러한 \'마음이 만나는\' 회의가 되어 세계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국제정치)
조선일보 (20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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