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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김원수 / 인간의 오만과 인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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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133회 작성일2025-02-21 15: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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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만과 인류의 미래

2025-02-21 13:00:07 게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인가? 챗GPT에 물었더니 돌아온 답의 요지는 이랬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표현은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전통적 관점에서 나왔지만 그렇다고 자연을 마음대로 지배할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틀렸다는 답을 회피하는 챗GPT답게 우회적으로 비판적인 답이었다.


호모사피엔스가 문명을 이루어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이후에 인간은 다음 세가지 오만에 사로잡혀 왔다. 그 첫째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믿음이었다. 지구 위에 있는 모든 생물의 가장 위에 있는 존재이자 유일하게 생각하는 고등지능을 갖추었다는 우월적 의식은 신의 형상으로 태어났다는 종교적 신화로까지 발전되기에 이르렀다.


둘째는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라는 착각이다. 그러나 45억년에 가까운 지구의 역사에서 호모사피엔스의 출현은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 역사를 1년으로 계산하면 12월 31일 자정 5초 전에 불과하다. 문명을 이룬 1만년 전으로 계산하면 훨씬 더 짧아진다. 인간은 지구의 지배자가 아니라 오히려 오랜 지구 진화 역사의 최대 수혜자인 것이다. 지구의 생성 이후 복잡한 진화를 통해 인간이 출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로 인간이 출현해 문명을 이루어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면을 객관적으로 보면 인간은 지구 자연의 종속자 이지 지배자가 아니다. 인간이 지구에 갑이 아닌 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 문명, 특히 지난 200여년 간의 산업문명은 자연을 공존이 아닌 정복과 이용의 대상으로 보았다.


오만이 부른 기후재앙과 대멸종 위기


셋째는 인간이 광활한 우주의 유일한 고등지능 생물이라는 환상이다. 우주에 있는 별의 숫자는 인간이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과거에 우리 은하계에만 태양과 같은 항성이 4000억개, 우주에는 1700억개 이상의 은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됐다. 이것도 증명되지 않은 추론이며 제임스 웹 망원경 같이 관측 능력이 개선될수록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많은 별들로 이루어진 우주에 인간과 같은 고등 생물이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은 비상식적이다. 우리 눈으로 보거나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인간 고등 생물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반대로 비인간 고등 생물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 한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비인간 지능이 있다면 인간의 지능보다 훨씬 앞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간의 능력으로는 그들을 볼 수 없지만 그들은 인간을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인간의 오만은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지속불가능한 생태계 파괴로 인위적 기후재앙과 6차 대멸종 위기를 자초했다. 절제되지 않는 신기술의 발전으로 현실화한 대량살상과 대규모 교란무기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 결과로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협의 퍼펙트스톰이 몰아치면서 핵 과학자 협회가 매년 초에 발표하는 인류 종말 시계는 최근 8년간 연이어 기록을 경신한 끝에 올해 초에는 자정 89초전으로 가장 나빠지기에 이르렀다. 인간의 오만이 합쳐져 인류 전체의 미래를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개인과 국가의 오만과 이기주의가 극성을 부리면서 위기 대처를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는 기능마비 상태에 있다.


지옥으로 가는 문을 닫기 위한 시간이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후속 세대들에게 미래를 열어 주기 위해서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으며 무언가 새로운 노력을 해야만 한다. 희망을 놓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피엔스가 과거의 재난과 위기 극복 과정에서 그래 왔듯이 집단지성과 협력의 정신을 되살린다면 인류 전체가 깨어나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의식의 대전환


그 첫걸음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만물의 일부’이며 ‘지속 가능한 문명을 만들어 가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개인의식의 각성이 돼야 한다. 모든 인간이 자연에 대한 책임과 다른 생명체와의 공존을 중시하는 겸손한 의식을 가지게 되면 자연과의 평화를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문명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다.


국경을 넘는 세계시민 의식을 통해 편협한 국가 이익 지상주의를 탈피해야 계몽된 인류 이익의 지향을 향한 정치 지도자들의 각성이 가능해진다. 인간 개인과 글로벌 시민사회의 의식 혁명이 일어나야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늦었지만 희망의 불씨를 살려야 할 때다.


김원수 경희대 미래문명원장 전 유엔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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