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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파적 외교안보 협력기구를/윤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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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923회 작성일2011-05-10 1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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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강국 게임에서 우리 이익 지키려면 국민적 응집이 기본
네가 친미면 나는 친중 이라는 식으론 미·중 신뢰 다 잃을 것

지난주 중국 인민일보는 "국제무대에 대국으로 등장한 중국을 미국이 받아들일 방법을 찾지 못하면 세계, 특히 동아시아가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과 30여년 전 고립되어 있던 중국을 국제무대로 끌어내 경제발전에 매진할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 미국이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현실이다. 1991년 소련의 붕괴가 미국을 최정상으로 올려놓았다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경제력 면에서 미·중(美中)을 버금가는 위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세계전략은 유라시아 대륙이 어느 특정국가에 지배당하지 못하도록 개입해서 억제하는 것이었다. 유럽에서는 나토를 통해, 그리고 동아시아에서는 미·일(美日), 한·미(韓美)동맹을 통해 소련을 억제했다. 소련이 망하고 냉전이 끝난 뒤에도 오히려 유럽에서는 나토를 동구권으로 팽창시켰고 동아시아에서도 1995년 나이(Nye) 보고서에서 밝힌 것처럼 미군 주둔을 통해 개입을 계속해왔다.

그런데 이제 중국이 부상하면서 과거 소련을 대신해서 미국에 대결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미동맹, 미·일동맹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의 군사력은 압도적으로 세계 최강이고 중국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그러니 중국의 희망대로 미국이 스스로 알아서 동아시아 개입을 그만둘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전통적으로 동아시아를 자국의 뒷마당으로 간주해온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계속 밀어내려 할 것이다. 브레진스키 전 미 안보보좌관이 말한 \'거대한 체스게임\'이 지금도 진행 중인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미·중 경쟁의 동아시아 시범 케이스로 최근 한반도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서해에서의 한·미 합동훈련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것, 그 결과 동해에서 훈련을 하게 되었는데도 중국 스스로 서해에서 전례 없이 강한 대응적 성격의 군사 훈련을 실시한 것이 그 사례다. 천안함 사건이 한국인들에게는 남북문제이겠지만 거대한 미·중 경쟁의 소재가 되어버린 측면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 유사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 무엇보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단순 논리를 수용하게 되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의 입지를 대단히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 내부에 이 같은 단순 논리가 유행해 왔는데 이는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우리에게 미국은 군사동맹으로 중요하고, 중국은 또 다른 경제사회적 차원에서 긴요한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접근법은, "한·미동맹은 우리의 필수적인 국가이익이니 그것을 건드리려 하지 말라, 그러한 전제를 중국이 받아들이는 한 우리는 중국의 관심사에 대해 최대한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자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중국이 우려하는 것처럼 북한을 붕괴시킬 의도가 없고 그들과 협조하고자 한다, 다만 남북 협력을 위해서는 북한의 성실한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한반도 미래에 대한 중국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흉금을 털어놓고 논의하자"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며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려면 경직된 국내 이념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 국내 보수·진보 간에 상대가 친미(親美)면 나는 친중(親中)이요, 상대가 친중이면 나는 친미로 간다는 생각이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노선도 변할 것이다. 그러면 결국 미국이나 중국 모두에게서 신뢰를 잃고, 우리의 국익은 실종되고 말 것이다. 이념보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판세를 정확하게 읽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거대 강국들의 게임의 와중에서 한국 같은 작은 나라가 외교 역량을 발휘하려면 국민적 응집이 기본 전제이다. 천안함 외교 과정에서 벌써부터 중국·러시아 관리들이 "당신네 내부에도 이견이 있지 않으냐"고 말하고 있는 형편이다.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국론 통합이 힘들었던 것도 천안함 공격주체에 대한 사실판단의 배후에 이념적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극심한 국내 갈등이 외교에 부정적 효과를 미치는 것을 막을 방도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왔다. 시간이 없다. 국내 경제·사회 문제는 몰라도 최소한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합의기반을 넓혀나가야 하고, 이를 위한 소통과 협력 기구를 만들어야 할 때다. 그것이 한반도 미래 대비와 관련해 천안함 사건이 던져준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조선일보/2010년 8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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