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공격은 北의 '핵 증후군'이다/윤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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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964회 작성일2011-05-10 19:18:00본문
핵 개발국 지도자들, 행동반경 넓어졌다는 환상에 빠져…
北의 이 생각 못 고치면 건설적 남북관계 무망
아무리 따져봐도 이번 천안함 사건은 예사롭지가 않다. 단순히 지난해 11월의 대청 해전에 대한 보복 그 이상의 무언가 깊은 원인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처럼 면밀한 계산하에 조심스럽게 대외(對外) 협박카드를 써오던 북한의 행동이 최근 1년 반 사이에 훨씬 과감해졌고 변화무쌍해졌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직후 2009년 봄에는 로켓 발사, 미사일 발사, 핵실험을 한꺼번에 터뜨려 기선을 잡더니 2~3개월도 안 돼 미소(微笑)외교로 바꿔 억류된 미국 기자들이나 개성공단 노동자를 풀어주었다. 이것도 안 먹히자 올해 초부터는 다시 강공(强攻)으로 나서서 금강산관광지구의 우리 시설물을 접수하고, 황장엽씨 암살조를 남파하더니, 급기야는 천안함을 정면 공격했다.
이러한 북한 행동 패턴 변화의 배후(背後)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핵을 새로 개발한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국의 대외적 행동반경이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보도에 의하면 북한 최고수뇌부는 2003년 이라크전이 발발했을 때, 이라크가 공격받은 것은 핵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이는 뒤집어보면 북이 이제 핵을 가졌으니 과거보다 좀 더 도발적인 행동을 해도 아무도 북을 어쩌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수뇌부의 머릿속에 작동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경제사정 악화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도 잠재우고 새로운 후계자의 리더십 아래 단결시킬 의도도 작용했었을 것이다.
그래서 천안함 사태에 대응하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한 지도부의 이러한 새로운 계산법이 틀렸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도록 만드는 일이고 그 때문에 강력한 대응조치가 필요하다. 만일 우리가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위와 같은 북한의 위험한 계산법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도발적 행동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향후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시장개혁이나 비핵화,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우리 측의 합리적 제안이 더욱 통할 리가 없을 것이며, 결국 건설적인 남북협력관계 수립은 무망한 일이 되어버릴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북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이 상황이 무력 충돌로까지 발전하지 않도록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과거 국제분쟁의 경우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읽거나 과잉 반응을 해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 적도 적지 않다. 바로 이것이 지금의 상황이 심각한 이유이다. 국제적인 외교공세를 주도하면서도 상대방의 동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또한 북한의 내부적 모순이 외부로 표출된 것에 다름 아니다. 북한 문제의 핵심은 냉전 종결 이후의 세계사의 흐름에 북한이 적응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1980년대 이후 사회주의 통제경제로는 희망이 없고 시장경제만이 살길이라는 것이 동구권의 역사로 이미 증명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북은 아집(我執)으로 버티면서 경제를 파탄 지경으로 만들었고 개혁개방 대신 핵개발이나 천안함 공격과 같은 비정상적 수단을 통해 경제 지원을 끌어내 하루하루 연명코자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행태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이다. 방법은 진지한 자세로 협력은 하되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한다는 대(大)전제하에서 하는 도리밖에 없다. 그것만이 장기적으로 북한도 살리고 우리도 사는 유일한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해야겠다는 확실한 목표의식이 없이 경제지원 그 자체에만 만족하면 그것은 질병을 봉합하는 것이지 치료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북한 주민들의 삶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결국 그러한 대북정책은 스스로의 정당성이 약화될 것이고 국민적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목표 의식을 전면에 내세워 너무 압박하다 보면 실용주의적 협력의 여지가 사라져버리고 결국 대북협력의 채널 자체가 단절되기 쉽다. 그때그때 남북관계 현실에 맞게 유연성을 발휘하되 우리가 지향하는 개혁개방의 목표를 단계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과 같은 아주 유별난 상대를 다루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원칙과 현실 사이의 균형 감각이 필요하고 지혜가 필요하다. 눈앞에 닥친 천안함 사태를 냉철한 자세로 해결해 나가면서, 천안함 사태 이후의 중장기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때이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조선일보/2010년 6월 2일
北의 이 생각 못 고치면 건설적 남북관계 무망
아무리 따져봐도 이번 천안함 사건은 예사롭지가 않다. 단순히 지난해 11월의 대청 해전에 대한 보복 그 이상의 무언가 깊은 원인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처럼 면밀한 계산하에 조심스럽게 대외(對外) 협박카드를 써오던 북한의 행동이 최근 1년 반 사이에 훨씬 과감해졌고 변화무쌍해졌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직후 2009년 봄에는 로켓 발사, 미사일 발사, 핵실험을 한꺼번에 터뜨려 기선을 잡더니 2~3개월도 안 돼 미소(微笑)외교로 바꿔 억류된 미국 기자들이나 개성공단 노동자를 풀어주었다. 이것도 안 먹히자 올해 초부터는 다시 강공(强攻)으로 나서서 금강산관광지구의 우리 시설물을 접수하고, 황장엽씨 암살조를 남파하더니, 급기야는 천안함을 정면 공격했다.
이러한 북한 행동 패턴 변화의 배후(背後)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핵을 새로 개발한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국의 대외적 행동반경이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는 환상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보도에 의하면 북한 최고수뇌부는 2003년 이라크전이 발발했을 때, 이라크가 공격받은 것은 핵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이는 뒤집어보면 북이 이제 핵을 가졌으니 과거보다 좀 더 도발적인 행동을 해도 아무도 북을 어쩌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수뇌부의 머릿속에 작동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경제사정 악화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도 잠재우고 새로운 후계자의 리더십 아래 단결시킬 의도도 작용했었을 것이다.
그래서 천안함 사태에 대응하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한 지도부의 이러한 새로운 계산법이 틀렸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도록 만드는 일이고 그 때문에 강력한 대응조치가 필요하다. 만일 우리가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위와 같은 북한의 위험한 계산법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도발적 행동은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향후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시장개혁이나 비핵화,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우리 측의 합리적 제안이 더욱 통할 리가 없을 것이며, 결국 건설적인 남북협력관계 수립은 무망한 일이 되어버릴 것이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북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이 상황이 무력 충돌로까지 발전하지 않도록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과거 국제분쟁의 경우 상대방의 의도를 잘못 읽거나 과잉 반응을 해서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 적도 적지 않다. 바로 이것이 지금의 상황이 심각한 이유이다. 국제적인 외교공세를 주도하면서도 상대방의 동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고 냉철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또한 북한의 내부적 모순이 외부로 표출된 것에 다름 아니다. 북한 문제의 핵심은 냉전 종결 이후의 세계사의 흐름에 북한이 적응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1980년대 이후 사회주의 통제경제로는 희망이 없고 시장경제만이 살길이라는 것이 동구권의 역사로 이미 증명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북은 아집(我執)으로 버티면서 경제를 파탄 지경으로 만들었고 개혁개방 대신 핵개발이나 천안함 공격과 같은 비정상적 수단을 통해 경제 지원을 끌어내 하루하루 연명코자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행태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이다. 방법은 진지한 자세로 협력은 하되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한다는 대(大)전제하에서 하는 도리밖에 없다. 그것만이 장기적으로 북한도 살리고 우리도 사는 유일한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해야겠다는 확실한 목표의식이 없이 경제지원 그 자체에만 만족하면 그것은 질병을 봉합하는 것이지 치료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북한 주민들의 삶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결국 그러한 대북정책은 스스로의 정당성이 약화될 것이고 국민적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목표 의식을 전면에 내세워 너무 압박하다 보면 실용주의적 협력의 여지가 사라져버리고 결국 대북협력의 채널 자체가 단절되기 쉽다. 그때그때 남북관계 현실에 맞게 유연성을 발휘하되 우리가 지향하는 개혁개방의 목표를 단계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과 같은 아주 유별난 상대를 다루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원칙과 현실 사이의 균형 감각이 필요하고 지혜가 필요하다. 눈앞에 닥친 천안함 사태를 냉철한 자세로 해결해 나가면서, 천안함 사태 이후의 중장기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때이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
조선일보/2010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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