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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서 천안함 논의할 수도/송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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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892회 작성일2011-05-10 1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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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문제는 최대한 탈(脫)정치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늘 과도하게 정치화되는 게 문제다. 천안함 사건은 처음부터 선거와 무관했어야 했다. 사건 이후 정부·여당은 줄곧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사와 결과 발표에서 정부가 초당적 공간을 만들려는 노력이라도 했는가.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정부의 대응 조치와 방식 역시 우려스럽다.

첫째, 남북 교역의 중단이다. 경제 규모 면에서 남북 교역이 각각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당연히 북한의 피해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북한이 더욱 중국으로 편입되는 돌이키기 어려운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둘째,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이다. 미·중 모두 긴장이 동북아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게다가 두 나라는 대만·이란·아프가니스탄 등 서로 긴장하고 타협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 지금 미국은 그럴 사정이 아니다.

셋째, 유엔 안보리 회부다. 결국은 애매한 내용의 의장성명 또는 언론발표문 정도로 귀착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 결과를 위해 정부는 사실상 ‘전면적 외교전’에 들어갔다. 이 외교전에서 우리가 각국에 치러야 할 대가가 눈에 선해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미·중의 입장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요구된다. 미국은 “한국의 주도를 따른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구체적 행동은 계속 유보하고 있다. 필요하면 ‘미국 주도’로 전체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임을 알아야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대한 설득은 당연히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기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대북 정책이 조명등 아래 시험대에 섰다. 현 정부 집권 이후 한반도의 긴장이 지속적으로 고조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국제사회 어디에서도 대한민국과 북한을 같은 수준으로 보지 않는다.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와 평화 구축 역량은 북한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갖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그 역량을 현실화하고 있는지 한 번 돌이켜 봐야 한다. 당장의 분노 표시에 몰입할지, 아니면 판을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남북 간 추가적 긴장 고조를 통제해야 한다. 담장만 높인다고 마을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대북 규탄 의지는 엄중히 표시해야 하나 국방 당국자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통일·외교 당국자가 단호하면서도 절제된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6자회담 활용 방안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천안함 해결 없이 6자회담은 없다”는 전제는 오히려 해결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크다. 6자회담은 핵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안정에 기여하는 기능도 했다.

예를 들어 회담 재개시 서두에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함축하는 발언을 매개로 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외교 기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강해 보이는 전제조건이 아니라 붕괴된 회담을 복원하고 비핵화 합의 이행을 위한 신뢰 회복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책의 변화는 결국 사람 문제다. 우선은 국토 방위와 경계 실패에 대해 문책하고, 전체적인 정책 라인도 점진적 정책 변화에 맞춰야 한다. 물론 정부가 기존의 소위 ‘전략적 인내’를 고집하면서 현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략적 인내’의 다른 표현은 ‘나태한 외교’에 불과하다.

송민순 국회의원·전 외교장관

중앙일보/2010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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