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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반도 미래 전략을 갖고 있는가/윤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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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900회 작성일2011-05-10 1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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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힘은 떨어지고 중국은 \'두 개의 한국\'정책 밀고 나갈 것
우리는 통일을 원하나? 北은 南과 통일 바라나?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가
세계금융위기는 단순한 경제 사건이 아니라 세기(世紀)적인 국제정치 사건이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미국은 민주주의 확산을 외치며 이라크전을 치렀고 학자들은 미국을 로마제국, 대영제국에 견주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 시절이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은 10년 내 회복이 힘들다는 엄청난 재정적자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제는 재원부족으로 옛날처럼 적극적으로 리더십을 행사하거나 세계경찰 역할을 담당하기 힘들게 되어버렸다. 이를 보여주기나 하듯 맹방(盟邦)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에 정착촌 건설을 반대하는 미국의 바이든 부통령에게 면전에서 모욕을 주었고, 동맹국 일본은 미국에 각을 세우고 있으며, 중국도 현안문제들을 놓고 정면대결 자세를 취하고 있다. 모든 권력현상이 그렇듯, 경제적 타격 그 자체보다 미국 리더십에 대한 신뢰감 상실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미국을 대하는 국가들의 태도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한반도 문제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 하는 점이다. 경제위기 이전보다 상황은 더 복잡해져 버렸다. 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의 상대적인 영향력과 리더십이 유지되면서 미·중관계는 대체적으로 협력적이었다. 그런데 위기 이후에는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미·중관계가 갈등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양새다. 게다가 미국의 동맹국 일본이 미국과 거리를 두면서 중국에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가 오래 지속된다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주변국들 입장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미국은 영향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중국과의 협력 유지에 더욱 신경 쓸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놓고서도 중국과 갈등하는 일을 가급적 피하려 할 것이고 한국의 입장을 대변해주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가 급작스런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서 미국은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까? 옛날 독일 통일 당시 서독에 대해 했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한국에도 해줄 수 있을까.

중국은 경제위기 이후 유리한 판세를 잡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에는 최대의 채권국(債權國)이며 중국의 협력 없이는 세계 현안들을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도 이미 보여주었다. 중국은 일본이 미국 하강, 중국 상승이라는 정세 변화를 간파하고 때맞추어 친중(親中) 정책으로 돌렸다고 내심 기뻐할 것이다. 다가오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이러한 변화는 되돌리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중국은 이러한 유리한 판세를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더욱 다져 나가려 할 것이다. 중국의 핵심지도부는 작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대북정책을 신중히 재검토한 결과 북핵 문제를 전반적인 북·중 관계로부터 분리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북핵 문제가 북·중 관계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그 영향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유엔 대북제재를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제재 압박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나설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핵개발 등 국제규범에서 벗어난 행동들이 중국에 부담이 된다는 비판론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끌어안아야 한다는 전통적인 북·중 특수관계론이 더욱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또한 미·중관계는 협력적으로 잘 되어갈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한국에는 \'냉전의 유산\'인 한미 군사동맹을 재고하라고 은연중 압박해올 수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해서는 외부 개입이 없는 한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며, 한국은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고 절대로 개입할 생각을 말아야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스스로에는 \'하나의 중국\'을, 한국에는 \'두개의 한국\' 정책을 고수하는 셈이다.

최근 통일문제에 대한 국제회의에서 수많은 복잡한 이야기들이 오고 간 뒤 외국인 발표자 한 사람이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통일을 원하기는 합니까? 그리고 북한 사람들도 남쪽과 통일을 원합니까?" 과연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한반도의 앞날에 대한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국제정치미국의 힘은 떨어지고 중국은 \'두 개의 한국\'정책 밀고 나갈 것
우리는 통일을 원하나? 北은 南과 통일 바라나?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가
세계금융위기는 단순한 경제 사건이 아니라 세기(世紀)적인 국제정치 사건이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미국은 민주주의 확산을 외치며 이라크전을 치렀고 학자들은 미국을 로마제국, 대영제국에 견주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 시절이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국제정치

조선일보/2010년 3울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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