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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외교관, 일본어 속 한국말 뿌리찾는 이유는?/김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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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2,078회 작성일2011-05-10 1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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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허허"라고는 웃지 않는다. "하하" "호호"라며 웃을 뿐이다. 일본어에 \'ㅓ\'가 없어 발음을 못하기 때문이다. 글자는 이렇게 무섭다. 글자가 등장하면서 \'말\'은 그 글자대로 변하게 된다.

일본어에 한국어가 숨겨져 있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는 일본 오사카 총영사 출신인 김세택(金世澤·72·사진)씨다. 서울 법대를 나와 1962년 고등고시 외교과에 합격해 36년간 외교관 생활을 한 전직(前職) 대사출신이다.

그는 "한국어와 일본어는 둘만이 갖는 아주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관에서 은퇴한 뒤 10여년간 그는 이런 특별 관계를 밝히는데 매달리고 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일본어를 연구하는 \'재야 언어학자\'이다.

예를 들어 일본어에 \'오까수(おかす)\'란 말이 있다. \'범(犯)\' 혹은 \'침(侵)\'이란 뜻이다. \'법을 어기다\'란 의미인데 이런 오까수가 우리말 \'어겨(서)\'란 단어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김씨가 일본어에 눈을 뜬 것은 1967년이다. 그때 그의 첫 근무지가 일본이었다. 당시 그는 일본어를 몰랐다. 그런데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 조약과에 근무했다. 그게 인연이 돼 덜컥 일본으로 발령났다.

그는 대사관 정무과에서 일했다. 매일 두 번씩 일본 신문에 난 한국 기사를 외무부에 보고했다. 그러면서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익혔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일본말이 한국말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마까수(まかす)가 제 귀엔 \'맡겨서\'로 들렸어요." 마까수는 \'위(委)\' \'임(任)\'의 뜻으로 한국말로 \'맡겨\'란 뜻이었다. \'가와이소(かゎいそう)\'란 말은 \'가엾소\'로 들렸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일본말과 한국말은 같은 언어가 아닐까." 그는 이런 의문을 품었지만 2년 반 후 일본을 떠날 때까지 궁금증을 풀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이집트·싱가포르·덴마크 대사를 거쳐 일본 오사카총영사관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했다.

명칭은 총영사지만 \'특1급 대사\'자리였다. 그곳에서 그는 그 의문을 풀기 시작했다. 일본인과 대화하다 한국말로 연결되는 단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했다. 명함 뒤에도, 골프장 스코어 보드 뒷장에도 메모가 차곡차곡 쌓였다.

은퇴해선 경희대에서 \'한·중·일 3국 관계론\'에 대해 강의했다. 3시간짜리 수업인데 마지막 30분간은 \'일본어\'에 대해 강의했다. \'일본말은 한국말이다\'는 독특한 그의 해석은 그를 인기 강사로 만들었다.

이런 강의를 밑바탕으로 2005년에 그의 첫 작품이 나왔다. \'일본말 속의 한국말\'이란 책이었다. 일본말 속에 그가 찾은 한국말이 1457개나 됐다. 물론 "너무 꿰맞추기 한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말의 변화는 두음법칙 등 일반적인 원칙이 있어요. 일본어는 받침이 없어 우리 말이 심하게 변했어요. 제가 한 노력은 그런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었어요."

그런 그가 다시 5년여의 세월이 지나 다시 950페이지짜리 방대한 책을 펴냈다. 제목 자체도 \'일본으로 넘어간 한국말\'(도서출판 기파랑)이었다. "고구마 줄기 캐는 것 같았어요. 어느 정도 캤더니 더 좋고 품질 좋은 게 계속 나오는 것이에요."

그가 주장하는 것은 "한국어와 일본어는 뿌리가 같은 게 아니다. 고대 한국인들이 일본에 건너가면서 한국어가 일본에서 뿌리내린 것"이라 했다. 일본 학계는 한국말과 유사성에 대해 단연 거부한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수천년 전 알타이어족 언어에서 나왔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유사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김씨는 "한국 말을 모르는 일본인들이 어떻게 그런 변화를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한때 한국어·일본어·핀란드어는 모두 우랄알타이어족이라 했었다. 그런데 한국어와 일본어는 핀란드어와는 다른 \'알타이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 발표자가 바로 주일 핀란드 공사였던 람스테드였다는 것이다. 외교관과 언어학자가 생각만큼 거리가 먼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외교관 생활에서 얻은 게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일본말 연구다. 다른 하나는 둘째 아들(김일범)을 외교관으로 키워 김대중 대통령부터 지금까지 3명의 대통령 통역을 맡고 있다.

그는 요즘 산스크리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일본어에 영향을 미친 한국어. 그건 어디서 왔을까. 그 숙제를 풀려면 아프지 않고 오래 살아야 할 텐데…."그의 색다른 고민이었다

김세택 대사

조선일보/2010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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