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한국 글로벌 외교의 전초기지/윤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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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926회 작성일2011-05-10 18:50:00본문
그것 하나만으로도 인도는 ‘신기한 나라(incredible India)’라고 불리기에 충분하다. 세계 정치경제에서 지금 중국에 이어 인도가 부상 중이다.
2008년 미국 정보위원회가 발간한 세계 정치의 미래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국력은 미국에서 중국과 인도 쪽으로 이전 중이다.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권력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의 정보위원회가 그러한 예측을 내놓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은 20~30년 후에는 인도의 국력이 중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구의 구성비를 볼 때 중국은 점차 노인세대의 비중이 늘어날 것임에 비해 인도는 젊은 세대들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두 나라 간의 경쟁과 협력이 향후 몇십 년간 세계 정치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이 두 나라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필요로 하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이 세계 정치의 미래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제기되는 환경오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가 많은 사람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인도의 경제발전은 1991년 5월 라지브 간디 전 인도 총리의 암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전에는 인도 건국의 아버지였던 마하트마 간디와 네루의 이념이 국가 전체의 진로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인도 독립투쟁 과정에서 영국의 산업에 의해 인도의 산업이 지배당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간디는 인도의 독립 이후 자립경제 및 수입대체산업 전략을 밀고 나갔다. 또한 네루는 소련식 사회주의 모델을 받아들여 경제발전을 추구했다. 그러나 그 결과 인도 경제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1991년 라지브 간디가 암살당한 이후 정권을 잡은 나라시마 라오는 지금 인도 총리인 만모한 싱과 같은 이코노미스트를 기용해서 개혁의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국가의 규제를 완화하는 자유주의 개혁을 통해 인도는 중국과 달리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최근 인도 총선에서 만모한 싱이 속한 국민회의당(INC)이 주도하는 통일진보연합(UPA)이 승리한 것은 인도의 발전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낳게 한다. 과거 5년 동안 공산당과 같은 연립정부 파트너들은 보다 과감한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데 적지 않은 지장을 초래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기에 개혁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상당 부분 약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선거의 승리에는 만모한 싱이 대미관계 개선을 위해 내린 정치적 결단이 성공하고, 소냐 간디와 그의 아들 라훌 간디의 열성적인 캠페인으로 지지층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한국과 인도는 올해 초 잠정적으로 포괄적 경제파트너십 협정(CEPA)을 체결했다. 이는 인도와 한국 간 경제협력의 기반을 강화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도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있다. 앞으로는 인도가 관심을 갖고 있는 원전 건설 분야의 협력도 진행되면 좋을 것이고,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인도의 소프트웨어와 한국의 하드웨어를 결합시키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은 미래에도 통상국가의 길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인도와의 경제협력을 심화해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인도 내수시장 진출은 물론, 인도를 중동·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외정책의 관점에서도 우리는 시야를 세계로 넓혀 나가야 한다. 북핵 문제와 주변 4강 외교의 굴레에만 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좀 더 세계를 향해 진취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번 뉴델리에서 개최된 한국·인도 포럼에서 인도의 한 싱크탱크 책임자는 “지금 동아시아 지도자들의 인식에서 아시아라고 하면 그것이 지리적으로 미얀마에서 끝나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서아시아 지도자들도 아시아라고 하면 미얀마에서 끝나버린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이야기처럼 지금 같은 세계화시대에 지리적 구분에 매달리는 것은 좁은 생각이다. 한국도 대외전략을 한반도 주변을 뛰어넘어 서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향해 확산시켜 나가야 할 때다. (뉴델리에서 이 글을 쓸 때 한국에서 들려온 비통한 소식으로 가슴이 아프다. 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중앙일보/2009년 5월 25일
2008년 미국 정보위원회가 발간한 세계 정치의 미래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국력은 미국에서 중국과 인도 쪽으로 이전 중이다.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권력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의 정보위원회가 그러한 예측을 내놓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은 20~30년 후에는 인도의 국력이 중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구의 구성비를 볼 때 중국은 점차 노인세대의 비중이 늘어날 것임에 비해 인도는 젊은 세대들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두 나라 간의 경쟁과 협력이 향후 몇십 년간 세계 정치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이 두 나라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필요로 하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이 세계 정치의 미래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제기되는 환경오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가 많은 사람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인도의 경제발전은 1991년 5월 라지브 간디 전 인도 총리의 암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전에는 인도 건국의 아버지였던 마하트마 간디와 네루의 이념이 국가 전체의 진로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인도 독립투쟁 과정에서 영국의 산업에 의해 인도의 산업이 지배당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간디는 인도의 독립 이후 자립경제 및 수입대체산업 전략을 밀고 나갔다. 또한 네루는 소련식 사회주의 모델을 받아들여 경제발전을 추구했다. 그러나 그 결과 인도 경제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1991년 라지브 간디가 암살당한 이후 정권을 잡은 나라시마 라오는 지금 인도 총리인 만모한 싱과 같은 이코노미스트를 기용해서 개혁의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국가의 규제를 완화하는 자유주의 개혁을 통해 인도는 중국과 달리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최근 인도 총선에서 만모한 싱이 속한 국민회의당(INC)이 주도하는 통일진보연합(UPA)이 승리한 것은 인도의 발전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낳게 한다. 과거 5년 동안 공산당과 같은 연립정부 파트너들은 보다 과감한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데 적지 않은 지장을 초래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기에 개혁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상당 부분 약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선거의 승리에는 만모한 싱이 대미관계 개선을 위해 내린 정치적 결단이 성공하고, 소냐 간디와 그의 아들 라훌 간디의 열성적인 캠페인으로 지지층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한국과 인도는 올해 초 잠정적으로 포괄적 경제파트너십 협정(CEPA)을 체결했다. 이는 인도와 한국 간 경제협력의 기반을 강화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도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있다. 앞으로는 인도가 관심을 갖고 있는 원전 건설 분야의 협력도 진행되면 좋을 것이고,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인도의 소프트웨어와 한국의 하드웨어를 결합시키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은 미래에도 통상국가의 길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인도와의 경제협력을 심화해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인도 내수시장 진출은 물론, 인도를 중동·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외정책의 관점에서도 우리는 시야를 세계로 넓혀 나가야 한다. 북핵 문제와 주변 4강 외교의 굴레에만 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좀 더 세계를 향해 진취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번 뉴델리에서 개최된 한국·인도 포럼에서 인도의 한 싱크탱크 책임자는 “지금 동아시아 지도자들의 인식에서 아시아라고 하면 그것이 지리적으로 미얀마에서 끝나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서아시아 지도자들도 아시아라고 하면 미얀마에서 끝나버린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이야기처럼 지금 같은 세계화시대에 지리적 구분에 매달리는 것은 좁은 생각이다. 한국도 대외전략을 한반도 주변을 뛰어넘어 서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향해 확산시켜 나가야 할 때다. (뉴델리에서 이 글을 쓸 때 한국에서 들려온 비통한 소식으로 가슴이 아프다. 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중앙일보/2009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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