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증, 중국만 비난할 수 없다/유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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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1,043회 작성일2011-05-10 18:41:00본문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에게도 한국에게도 다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한중 국민 간에 석연치 않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양국 언론 보도를 통해, 상호 간에 상대의 성공을 질시하는 듯한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양궁 시합 때 중국 측 응원단이 우리 선수들을 방해했다거나, 한일 야구경기 때 중국 관객이 일본을 응원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이 전파되었다.
필자가 올림픽 기간에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의 많은 고위층 인사들은 한국 선수단의 성공을 높이 칭찬하면서도 한국 측의 언론 보도에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필자는 직업상 23년간 유럽 미국 중동 등지에서 생활하면서, 스포츠가 얼마나 국민의 감정과 자존심에 영향을 주는지 보게 됐고, 그 사회의 수준이 스포츠 관객의 수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좀 안다. 그리고 아무리 문명국가라도 스포츠 관객 중 일부는 비문명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안다.
문제는 그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스포츠 관객의 비상식적 측면을 어떻게 다루는가이다. 영국은 축구의 발상국이고 스포츠 정신이 국민 가운데 충만하지만 영국 축구 훌리건(망나니)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영국 전체를 형편없는 수준의 국가라고 매도하지는 않는다.
수준 있고 성숙된 사회가 그렇지 못한 사회와 다른 점은,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다루는 사회 여론 주도층의 태도에서 나타난다. 지난해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국계 미국인 학생이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을 때 미국 사회 지도층의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언론도 범인이 한국계라는 것을 부각시켜 한국에 비판의 화살을 보낸 적이 있었는가? 우리 같으면 과연 그런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을까 자문해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일반관객이 한국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중국을 탓하기에 앞서 그 원인이 우리가 보인 행동에서 연유된 것은 아닌지도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1년에 1500만 명이 해외에 나가는데, 한국의 이미지가 어떤 모습인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인은 스포츠를 위시하여 음악 연예 등에서 뛰어난 소질을 갖고 있으며, 삼성 현대 등 한국 상품의 우수성은 우리 이웃도 잘 알고 있고, 그런 보도도 많다. \'대장금\'이 홍콩에서 방영됐을 때는 인기가 너무 뜨거워 홍콩의 식당가에서 이 드라마 때문에 자기들의 영업피해가 너무 크다며 언제 드라마가 끝날지 우리 영사관에 문의가 쇄도할 정도였다. 그러한 반면에, 한국인 관광객이나 현지 투자 우리 기업인들이 자만이나 예의부족으로 한국인의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있음도 함께 알아야 한다.
미국과 미국인에 대해 부정적인 한국 여론과 관련,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신문에서 이를 자극적으로 보도한 실례를 우리는 별로 보지 못하였다. 우리 언론들도 이제 외국과 그 국민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는 것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국은 우리 상품의 고객이고 우리가 잘 지내야 할 이웃이다. 우리는 일부의 중국인들 태도를 13억 중국인의 태도로 간주하여 그들을 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설혹 약간의 소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보다 한 수 위에서, 더 점잖게 반응함으로써 우리의 수준을 보일 필요가 있다.
자기 입장을 확실히 주장하고 이익을 적극 반영하는 것과, 작은 일에도 자존심을 높이 세우려는 것은 다르다. 더구나 중국을 비우호국으로 만드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유종하·前외무장관·서강대 교수
조선일보/2008년 9월 1일
필자가 올림픽 기간에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의 많은 고위층 인사들은 한국 선수단의 성공을 높이 칭찬하면서도 한국 측의 언론 보도에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필자는 직업상 23년간 유럽 미국 중동 등지에서 생활하면서, 스포츠가 얼마나 국민의 감정과 자존심에 영향을 주는지 보게 됐고, 그 사회의 수준이 스포츠 관객의 수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좀 안다. 그리고 아무리 문명국가라도 스포츠 관객 중 일부는 비문명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안다.
문제는 그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스포츠 관객의 비상식적 측면을 어떻게 다루는가이다. 영국은 축구의 발상국이고 스포츠 정신이 국민 가운데 충만하지만 영국 축구 훌리건(망나니)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영국 전체를 형편없는 수준의 국가라고 매도하지는 않는다.
수준 있고 성숙된 사회가 그렇지 못한 사회와 다른 점은,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를 다루는 사회 여론 주도층의 태도에서 나타난다. 지난해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한국계 미국인 학생이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을 때 미국 사회 지도층의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언론도 범인이 한국계라는 것을 부각시켜 한국에 비판의 화살을 보낸 적이 있었는가? 우리 같으면 과연 그런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을까 자문해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일반관객이 한국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중국을 탓하기에 앞서 그 원인이 우리가 보인 행동에서 연유된 것은 아닌지도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1년에 1500만 명이 해외에 나가는데, 한국의 이미지가 어떤 모습인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인은 스포츠를 위시하여 음악 연예 등에서 뛰어난 소질을 갖고 있으며, 삼성 현대 등 한국 상품의 우수성은 우리 이웃도 잘 알고 있고, 그런 보도도 많다. \'대장금\'이 홍콩에서 방영됐을 때는 인기가 너무 뜨거워 홍콩의 식당가에서 이 드라마 때문에 자기들의 영업피해가 너무 크다며 언제 드라마가 끝날지 우리 영사관에 문의가 쇄도할 정도였다. 그러한 반면에, 한국인 관광객이나 현지 투자 우리 기업인들이 자만이나 예의부족으로 한국인의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있음도 함께 알아야 한다.
미국과 미국인에 대해 부정적인 한국 여론과 관련,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신문에서 이를 자극적으로 보도한 실례를 우리는 별로 보지 못하였다. 우리 언론들도 이제 외국과 그 국민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는 것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국은 우리 상품의 고객이고 우리가 잘 지내야 할 이웃이다. 우리는 일부의 중국인들 태도를 13억 중국인의 태도로 간주하여 그들을 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설혹 약간의 소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보다 한 수 위에서, 더 점잖게 반응함으로써 우리의 수준을 보일 필요가 있다.
자기 입장을 확실히 주장하고 이익을 적극 반영하는 것과, 작은 일에도 자존심을 높이 세우려는 것은 다르다. 더구나 중국을 비우호국으로 만드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유종하·前외무장관·서강대 교수
조선일보/2008년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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