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박병환 / 벨라루스 사태, 또 하나의 색깔혁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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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조회 304회 작성일2020-09-15 09:09:05본문
[내일신문] [글로벌] 벨라루스 사태, 또 하나의 색깔혁명 될까
2020-09-11 10:00:00 게재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전 주러시아 공사
8월 14일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 이후 수도 민스크에서 투표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벨라루스 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현 루카셴코 대통령이 80.1%를 득표, 10.1%를 얻은 야권 티하놉스카야 후보를 이기고 당선됐다.
하지만 야권 후보 지지자들이 개표 결과를 부정이라고 규정하고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한다. 16년째 집권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큰 정치적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벨라루스 정치상황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은 물론 주변국들이 이런저런 참견을 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또 하나의 ‘색깔혁명’이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색깔혁명’이란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국가에서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이후 시민들이 부패하거나 권위주의적인 정부에 대해 비폭력 저항을 전개해 정권교체와 민주주의를 성취한 것을 말하는데 특별한 색이나 꽃을 상징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다. 2003년 조지아의 장미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 2005년 키르기스스탄의 튤립혁명, 2018년 아르메니아의 벨벳혁명 등이 그 예이며 대부분 반러시아적 성향을 띠었다.
투표결과 불복 시위 한달째 지속 중
현재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퇴진 및 재선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반정부 시위대의 조정위원회는 지속적으로 권력이양을 요구하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먼저 한 후 재선거를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적도 있지만 개정 헌법의 골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바는 없다. 아직 시위대와 공권력 간에 폭력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시위대 지도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과거 우크라이나의 경우처럼 일부 반정부지도자들이 반러감정을 부추기려 하나 아직은 벨라루스 시민들의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성향은 미미한 편이다. 오히려 시위대는 주벨라루스 러시아 대사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다.
벨라루스 사태에 대한 각국의 반응과 행보를 보면 먼저 미국은 벨라루스 당국이 시위대의 지도자를 구속한 것을 맹비난하고 제재를 예고했다. 유럽연합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제재를 검토한다고 하는데 회원국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는 못하다.
서유럽 국가들은 루카셴코에 대한 압력이 지나칠 경우 벨라루스가 러시아 쪽으로 더욱 접근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반면에 벨라루스와 인접한 발틱 국가들,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은 노골적으로 시위대를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국가들은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은 데 따른, 러시아에 대한 반발심에서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발틱 국가들은 벨라루스 대통령 및 정부 주요 인사의 자국 입국금지 및 벨라루스 화물의 발틱해연안 항구 이용불허 등의 조치를 취했고 이에 대해 벨라루스는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출신 극단주의자 200여명이 벨라루스에 잠입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폴란드는 러시아에 대해 벨라루스 사태에 개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벨라루스 대선 결과를 인정했으며, 루카셴코 대통령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사태가 악화되면 경찰병력 파견을 검토하겠다는 정도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반러시아국가 태도에 달려
한편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현재 폴란드와 발틱 국가들에서 진행 중인 나토 군사훈련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나토측은 사전 계획에 따른 것이며 벨라루스 현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나토의 훈련은 기본적으로 러시아를 염두에 둔 것인 만큼 러시아와 벨라루스로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폴란드는 벨라루스의 내부 혼란을 이용하여 벨라루스 서부 지역에 흑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앞으로 벨라루스 사태의 향방은 미국이나 유럽연합보다는 러시아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는 인접 국가들과 러시아의 움직임과 태도에 달려 있다고 본다. 루카셴코 대통령과 시위대 모두 주위의 선의를 가장한 불순한 움직임을 간파하고, 현명한 타협책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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